10화: 그 사람이 이름을 부르면

10화: 그 사람이 이름을 부르면

서희는 바쁜 일상을 스스로에게 부여했다.

준혁을 잊기 위해, 그리고 다시는 그의 곁에서 흔들리지 않기 위해.

다양한 기업에 이력서를 넣으며 취업 준비에 몰두했고,

낮에는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사람들과 부딪히며 하루하루를 보내면 그를 잊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러나, 잊혀지지 않았다.

카페에서 커피를 만들다 문득 떠오르는 그의 습관.

그는 늘 블랙커피를 마셨지만,

당이 부족할 땐 아무 말 없이 설탕을 한 스푼 넣었다.

길을 걷다가도 비슷한 체형과 분위기의 남자를 보면 무심코 눈길이 갔다.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젓곤 했다.

‘이제 그만해야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밤이 되면 여전히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서희가 떠나고 난 후, 이준혁의 삶은 여전히 바쁘게 흘러갔다.

새로운 비서가 들어왔고,

그는 언제나처럼 회의를 주도하고 보고서를 검토하며 회사 일에 매진했다.

겉으로 보기에 그는 전과 다를 바 없는 완벽한 본부장이었다.

하지만, 무언가 달라져 있었다.

너무 조용했다.

책상 위의 일정표를 확인할 때도,

출근하며 엘리베이터를 탈 때도,

미팅 중 누군가 서류를 건네줄 때도.

그녀가 없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그 빈자리는 견디기 힘들었다.

하루를 마치고 헬스장에 갔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러닝머신 위를 뛰었다.

하지만 아무리 몸을 움직여도, 머릿속에서는 서희가 떠나지 않았다.

‘본부장님,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니에요?’

운동 후 샤워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도,

귓가에 그녀의 목소리가 맴도는 것 같았다.

저녁을 먹기 위해 들른 레스토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혼자 앉아 식사를 하려던 참에, 문득 그녀와 함께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이건 너무 맵지 않아요? 본부장님은 매운 거 잘 못 드시잖아요.’

그녀는 항상 그렇게 세심하게 신경 써주었었다.

퇴근 후 TV를 켜도, 프로그램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뉴스 앵커가 무슨 말을 하는지조차 집중할 수 없었다.

문득, 그녀와 함께 사무실에서 나누던 짧은 대화들이 떠올랐다.

사소한 이야기라도 그녀와 함께하면 따뜻한 공기처럼 느껴졌는데,

이제는 모든 것이 텅 빈 듯했다.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일상 속에서도.

그녀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깨달았다.

너무도, 그녀가 보고 싶었다.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준혁은 머뭇거리지 않았다. 그는 차를 몰아 서희의 집 앞으로 향했다.

도착한 후, 한참 동안 차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가 대체 왜 여기에 있는 걸까.

그는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지만, 답은 하나뿐이었다.

그녀가 필요했다.

그녀를 보고 싶었다.

그 순간, 저 멀리서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서희였다.

다시, 마주한 순간

서희도 그를 발견했다.

순간, 그녀의 표정이 환하게 빛났다.

“본부장님…!”

반가운 마음이 앞선 서희는 망설이지 않고 그를 향해 달려왔다.

준혁은 숨을 죽인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숨이 차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의 앞에 섰다.

두 볼이 발그레해졌고, 두 눈은 반짝였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준혁은 속으로 다짐했다.

앞으로도 그녀와 함께할 거라고.

그녀 없는 삶이 얼마나 공허한지 알았기에, 다시는 놓치지 않겠다고.

한동안 그녀를 바라보던 서희가 숨을 골라내며 수줍게 입을 열었다.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준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를 깊이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보고 싶었다. 서희야.”

그녀의 눈이 흔들렸다.

둘은 한참 동안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 어떤 말도 필요 없었다.

그저 마주한 시선만으로도, 서로의 마음이 전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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