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의심과 관찰

2화: 의심과 관찰

정서희는 이준혁 본부장의 비서로 일한 지 1년이 넘었지만,

그가 얼마나 피곤한지 가늠하기란 여전히 어려웠다.

그는 언제나 완벽한 모습만을 유지했다.

단 한 번도 피곤하다거나, 몸이 좋지 않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다른 임원들이 긴 회의가 끝난 후 피곤에 지쳐 의자를 뒤로 젖힐 때도,

그는 언제나 등을 곧게 편 채 서류를 정리하거나 이메일을 확인하고 있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서희는 그가 피곤할 때마다 나타나는 미묘한 변화를 깨닫기 시작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순간적으로 얼어붙은 듯한 표정을 짓는 모습.

회의 중 가끔 깊게 숨을 들이마시는 모습. 그리고 손끝을 지그시 누르는 작은 습관까지.

처음에는 단순한 피로 탓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는 확신하게 되었다. 그는 분명 몸이 좋지 않았다.

이날도 오전부터 바쁜 일정이 이어지고 있었다.

본부장실에서 해외 법인과의 화상회의가 진행되고 있었고,

서희는 조용히 회의록을 정리하며 그의 곁을 지켰다.

모니터 속 해외 담당자가 복잡한 데이터 그래프를 설명하는 동안,

서희의 시선은 자신도 모르게 준혁을 향했다.

그는 언제나처럼 완벽한 자세로 앉아 있었지만, 무언가 이상했다.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미세한 움직임이었지만,

서희는 그것이 단순한 호흡 조절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의 손끝이 서류 위를 지그시 누르고 있었다. 손가락 마디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오늘은 유난히 피곤해 보이시네….’

그녀는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회의 중이라 말을 걸 수도 없고,

그렇다고 대놓고 걱정을 표할 수도 없었다.

그러다 문득 그의 시선이 자신을 향해 오는 것을 느꼈다.

준혁이 고개를 살짝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언제나처럼 차분했지만, 어딘가… 피곤해 보였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그는 여느 때처럼 흔들림 없이 발언을 이어갔다.

그날 밤, 본부장실의 불은 여전히 켜져 있었다.

서희 역시 남아있었다.

오늘따라 문서 작업이 많아 퇴근을 미루고 있었는데,

준혁 역시 자신의 사무실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다.

서희는 커피 한 잔을 들고 조심스레 본부장실로 향했다.

안을 엿보려 문을 살짝 열었을 때, 순간적으로 멈춰 섰다.

이준혁이 책상에 손을 짚고 있었다.

아까 회의실에서 본 모습과는 달랐다.

이번에는 확연히 중심을 잃은 상태였다. 숨을 들이마시며 버티려는 듯했지만,

얼굴은 창백했고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본부장님?!”

서희는 급히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목소리에 준혁이 고개를 들었지만, 그 눈빛은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그는 애써 몸을 세우며 짧게 말했다.

“괜찮습니다.”

그 말과 동시에 그는 다시 자세를 잡고 서류를 정리하려 했다.

하지만 서희는 그것이 무리한 행동이라는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

“본부장님, 어디 불편하신 거예요?”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지만 준혁은 여전히 흔들림 없는 태도를 유지하며 고개를 저었다.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그가 아무렇지 않게 말하려 했지만,

미묘하게 느린 호흡과 손끝에 힘이 들어간 모습이 눈에 띄었다.

서희는 순간적으로 망설였다. 더 캐물어야 할까? 아니면, 그냥 그의 말을 존중해야 할까?

하지만 결국, 그녀는 조용히 물컵을 그의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물이라도 드세요.”

그녀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다만, 그의 상태가 분명 이상하다는 걸 머릿속에 깊이 새겼다.

그날 이후로 서희는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었다.

하지만 준혁은 여전히 변함없이 완벽한 모습을 유지했다.

다른 직원들은 아무도 그가 피곤해 보인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준혁은 누구보다도 능숙하게 자신의 약한 모습을 감추는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서희는 알아버렸다.

그는 가끔씩 무너지고 있다는 걸.

그것을 혼자서 감당하고 있다는 걸.

그녀는 그를 돕고 싶었지만, 아직은 그가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언젠가는, 그가 말하지 않아도 그녀가 먼저 알아채고 도울 수 있을까?

그 답을 찾을 수 없는 채,

그녀는 조용히 그의 곁을 지켰다.

그리고 그날 밤, 창가에 비친 그의 그림자를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3화: 위기의 순간

3화: 위기의 순간

이른 아침부터 회사는 분주했다. 오늘은 타기업과의 중요한 계약 미팅이 있는 날이었다. 정서희 역시 그 긴장된 분위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이준혁 본부장의

"그 사람이 이름을 부르면""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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