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위기의 순간

3화: 위기의 순간

이른 아침부터 회사는 분주했다.

오늘은 타기업과의 중요한 계약 미팅이 있는 날이었다.

정서희 역시 그 긴장된 분위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이준혁 본부장의 일정을 철저하게 확인하고 있었다.

그의 일정은 분 단위로 계획되어 있었고, 하나라도 어긋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오늘따라 준혁의 얼굴이 유난히 창백해 보였다.

"본부장님, 오늘 컨디션이 어떠신가요?"

서희는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그는 평소처럼 단호하게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준비는 끝났습니까?"

그는 언제나처럼 강한 태도를 유지했다.

하지만 서희는 알아차렸다. 그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약간 건조하다는 것을.

계약 미팅이 시작되었다.

기업의 핵심 임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준혁은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고, 논리적인 설명이 이어졌다.

하지만 서희는 그가 미세하게 호흡을 조절하는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손끝을 서류 위에 지그시 누르며 균형을 잡으려는 듯한 모습.

‘이상해….’

그녀의 불안감은 커져갔다.

하지만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고, 준혁 역시 자신의 불편함을 철저하게 감추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말이 미묘하게 느려지고 있었다.

그 순간, 서희는 확신했다.

그는 지금 무리하고 있다.

회의가 끝난 후, 서희는 준혁의 곁으로 다가갔다.

"본부장님, 괜찮으세요?"

그녀의 걱정 어린 목소리에 준혁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대답 대신,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회의실을 나섰다.

그러나 복도를 걸어가던 그의 발걸음이 순간적으로 휘청거렸다.

"본부장님!"

그가 벽에 손을 짚으며 중심을 잡으려 했지만, 이미 시야가 흐려지고 있었다.

숨이 거칠어지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혔다.

그 순간, 서희가 재빠르게 그를 붙잡았다.

"본부장님, 괜찮으세요?!"

그녀의 다급한 목소리에 그는 힘겹게 속삭였다.

"괜찮아질 겁니다……"

하지만 그는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서희는 당황하지 않으려 애쓰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직원들이 몇몇 지나가고 있었지만, 준혁은 그들에게 자신의 상태를 들키고 싶지 않은 듯했다.

그녀는 부축한 채 조용한 회의실로 들어갔다.

"잠시만 여기 앉으세요. 물이라도 드릴까요?"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숨을 골라야 할 만큼 힘든 상태였다.

서희는 그의 상태를 지켜보며,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고 확신했다.

그녀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이대로 괜찮을까? 병원으로 모셔야 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준혁은 마치 그녀의 걱정을 읽기라도 한 듯 조용히 입을 열었다.

"잠시만 있으면 괜찮아질 겁니다."

그의 단호한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서희는 그의 안색이 너무나도 창백하다는 걸 알았다.

‘어떻게 해야 하지….’

그녀는 깊이 고민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했다.

이대로 그를 혼자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

서희는 그를 돕고 싶었다.

하지만 그가 도움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상 강제로 병원으로 데려갈 수도 없었다.

그녀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신 후, 조용히 그의 곁에 앉았다.

"본부장님, 무리하지 마세요. 아무도 본부장님이 완벽해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아요."

그녀의 말에 준혁이 미묘하게 표정을 바꾸었다. 마치 처음 듣는 이야기인 것처럼.

"……전 괜찮습니다."

그는 끝까지 강한 모습을 유지하려 했지만, 서희는 이제 알 수 있었다.

그가 얼마나 혼자서 모든 걸 감내하고 있는지.

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가 숨을 가다듬을 수 있도록 옆에서 조용히 기다려 주었다.

그날 밤, 서희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그를 돕기 위해선, 먼저 그의 마음을 열어야 한다는 걸.

4화: 무너지다

4화: 무너지다

이준혁이 정신을 잃는 순간, 정서희의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그의 체온이 손끝으로 전해졌다. 지나치게 차가웠다. "본부장님! 정신 차리세요!" 그녀는

"그 사람이 이름을 부르면""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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