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무너지다

4화: 무너지다

이준혁이 정신을 잃는 순간, 정서희의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그의 체온이 손끝으로 전해졌다. 지나치게 차가웠다.

"본부장님! 정신 차리세요!"

그녀는 급히 그의 팔을 붙들었고, 가까스로 중심을 잃지 않도록 부축했다.

준혁은 숨을 거칠게 내쉬며 간신히 몸을 지탱했다.

그러나 여전히 그의 시야는 흐려 보였다.

"병원에 가셔야 합니다."

"……괜찮습니다."

여전히 단호한 목소리였지만, 몸은 그렇지 않았다.

서희는 망설이지 않고 핸드폰을 꺼내 도움을 요청했다.

응급실에 도착한 후, 의료진이 즉시 준혁을 검사했다.

서희는 대기실에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의사가 다가왔다.

"보호자분 되십니까?"

"네."

서희는 망설이다 대답했다.

"상태가 많이 안 좋으신가요?"

의사는 차트를 보며 설명했다.

"극심한 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미주신경성 실신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입니다.

평소에도 자주 어지러우셨나요?"

서희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끔요."

"이건 단순한 피로가 아닙니다. 스트레스가 주된 원인이며,

치료가 필요합니다. 충분한 휴식과 관리가 없으면 증상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에도 불구하고, 준혁은 피곤한 듯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약만 처방해 주시면 됩니다."

서희는 그의 태도에 답답함을 느꼈다.

병원에서도 완벽함을 유지하려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나오는 길, 서희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왜 아프다는 걸 감추세요?"

그의 걸음이 순간 멈추었다.

준혁은 그녀를 바라보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비서가 상사의 건강까지 간섭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서희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는 다짐했다.

그의 위험한 순간을 보고도 모른 척할 수는 없다고.

그를 돕기 위해서라도, 그는 스스로를 더 돌봐야 한다는 걸 깨닫게 해주어야 했다.

다음 날, 준혁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출근했다.

비서실에서도 어제 그가 실신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그 역시 이를 숨기려 했다.

서희는 그의 차가운 태도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본부장님, 정말 괜찮으세요?"

그녀는 그의 책상 앞에서 단호하게 물었다.

준혁은 잠시 서희를 바라보았다. 깊고 어두운 눈빛이었지만, 어딘가 흔들리고 있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그의 목소리는 냉정했지만,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서희는 한숨을 내쉬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어제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 제대로 드시고 계신가요?

건강을 위해서라도 꼭 챙겨 드셔야 합니다."

준혁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결국 약 봉투를 받아들었다.

그녀는 마음이 놓이면서도, 여전히 불안했다.

그가 이렇게 무리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서희는 준혁의 일정을 살펴보며, 그가 쉬는 날조차 거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의 스케줄은 언제나 빡빡했고, 휴식 시간도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왜 이렇게까지 자신을 혹사하는 걸까?

그 이유를 알게 된다면, 그녀는 그를 조금이라도 더 도울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서희는 그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단순한 비서가 아니라,

그의 곁에서 그를 지키려는 사람이 되고 있었다.

그날 저녁, 서희는 다시 한 번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업무에 집중하는 듯 보였지만, 그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본부장님, 퇴근하셔야 합니다."

그녀의 단호한 목소리에 준혁이 고개를 들었다.

"아직 할 일이 남았습니다."

"내일 하셔도 되는 일이잖아요."

그녀는 한 걸음 다가갔다.

"이렇게까지 자신을 몰아붙이는 이유가 뭔가요?"

준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희는 그가 처음으로 피곤한 기색을 숨기지 않는 순간을 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는 결심했다.

이제는 그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를 도와야겠다고.

그가 더 이상 혼자 버티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5화: 걱정의 의미

5화: 걱정의 의미

정서희는 고민에 빠졌다. 이준혁 본부장이 쓰러진 이후, 그녀는 그가 무리하지 않도록 조용히 도울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는 여전히 완벽을 유지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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