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골목의 미스터리
유나는 그날 이후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준이라는 남자가 남긴 지도와 그가 말한 “New DNA”, 그리고 홍키하바라에 대한 이야기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매일 카페를 열고 닫는 반복적인 일상 속에서도, 그녀의 손끝에는 아직도 희미한 온기가 남아 있는 듯했다.
그로부터 몇일 뒤, 유나는 언제나 그랬듯 밤 늦게 카페 마감을 한 후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조용한 골목. 평소 같았으면 익숙한 풍경에 무심히 지나쳤을테지만 그 날은 이상하게도 홍대의 거리 풍경이 아주 조금 뒤틀린 것처럼 느껴졌다. 익숙한 기시감과 울렁거림이 유나를 덮쳤다.
‘뭐야, 갑자기 왜 이래…?’
유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거리의 가로등 불빛이 깜빡였고, 순간적으로 모든 소리가 멈춘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때였다.
“어때? 이제 좀 감이 잡히는 것 같나?"
익숙한 목소리. 유나는 놀라며 뒤돌아섰다. 골목 끝에 검은 후드를 쓴 준이 서 있었다.
“또 당신이에요? 여긴 어떻게…?”
준은 유나 쪽으로 천천히 걸어오며 말했다.
“이젠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어.”
유나는 준을 경계하며 물었다.
“저기요! 저번부터 홍키하바라던가, NEW DNA던가 이상한 말씀만 하시는데요! 저 이런거 안 믿고, 관심도 별로 없거든요? 딴데가서 알아보시죠?”
“아직도 믿지 않는 건가? 그렇다면 직접 보여줘야겠군.”
준은 유나 앞에서 가볍게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그의 손끝에서 희미한 빛이 일렁였고 그 빛이 공기 중으로 흩어지면서 주변 풍경이 서서히 왜곡되기 시작했다. 유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주변을 둘러봤다.
홍대의 익숙한 거리가 순간적으로 낯선 공간으로 변하고 있었다.
가로등은 흐릿한 안개 속으로 사라졌고,
주변의 건물들은 마치 액체처럼 흘러내리며 형태를 잃어갔다.
“뭐야… 이게…?”
유나는 두려움에 떨며 뒷걸음질쳤다. 준이 무심하게 말했다.
“네오플래닛이다"
“네오..플래닛?"
“네오플래닛은 다른 시간과 다른 차원의 공간 사이의 영역이다. 홍키하바라는 너희가 말하는 현실세계와 네오플래닛을 이어주는 일종의 결계이고. 홍키하바라가 있음으로서 나 같은 시간여행자가 네오플래닛을 통해 다른 시공으로 갈 수 있었지"
“네...그런데요?"
유나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지금 자신의 눈앞에 펼쳐지는 비현실적인 광경들 탓에 현실감각이 무뎌지고 있었다.
"하지만 네오플래닛은 불완전한 공간. 시공의 균열로 인해 언제든지 다른 세계에 영향을 끼칠 있는 아주 위험한 곳이다"
그 때 유나의 눈에 네오플래닛 안의 꿈틀거리는 시공의 균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검은 오오라를 내뿜으며 꿈틀거리는 그것은 당장이라도 퍼져 세상을 집어 삼킬 것만 같았다. 유나는 갑자기 알수없는 공포감에 휩싸였다.
"그 동안은 홍키하바라가 너희가 말하는 현실세계를 네오플래닛 속 시공의 균열들로 부터 막아주고 있었지만 시공의 균열들은 이미 너무나 커져 버렸고, 홍키하바라가 사라진 지금 이 시공의 균열들은 언제든지 너희가 살고있는 세계를 집어삼킬 수 있는 위험요소로 번지게 되었다"
그 시각 유나는 현실세계의 곳곳에 열려진 네오플래닛의 모습을 보고있었다. 사람들은 그곳이 자신이 살던 세계와 다른 세계라는 것을 자각하지 못한 채 네오플래닛 속 시공의 균열에 휘말려 죽음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 모든 장면이 유나의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홍키하바라는.. 오직 NEW DNA를 가진 사람만이 다시 구축할 수 있다. 시공의 균열을 막고 홍키하바라를 새롭게 구축하는 것. 그것이 유나. 너가 해야 할 일이다"
유나는 잠시 침묵했다. 머릿속에는 준의 말과 자신이 들었던 도시전설이 어지럽게 얽혀갔다.
“시간이 없다.”
준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들려왔다.
“곧 균열이 더 커질 거야. 그때가 되면 네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무너지게 될 거다 이제 선택해야 해.”
운명의 발걸음
유나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그녀는 알 수 없는 공포와 동시에 자신도 모르게 끌리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유나는 결심을 한듯 준에게 한걸음 다가섰다. 준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아. 이제야 할 마음이 드셨나 보군. 그럼 네가 있어야 할 곳으로 데려가주지.”
그가 손을 휘두르자, 차원의 금이 점점 커지며 새로운 문이 나타났다. 그 문 너머로는 유나가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그는 유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 내 손을 잡아.”
준의 말에 유나는 망설이다가 결국 그의 손을 잡았다.
마무리
그들이 차원의 문을 통과한 순간, 유나의 평범했던 일상은 완전히 끝이 났다. 새로운 세계, 네오 플래닛으로 향하는 첫 발걸음이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