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열 뒤의 일상, 그리고 긴장감
초록빛이 무성했던 첫번째 시공의 균열 때와는 다르게, 서쪽의 황야에 다다를 수록 풍경들은 점점 삭막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유나는 불안에 떨고 있었다. 얼떨결에 자신이 적을 해치웠다는 사실이 한편으로는 기쁘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힘을 컨트롤 할 수 없단 생각에 휩싸였다. 복잡한 마음으로 한걸음 한걸음 걷고 있는 도중, 준이 발걸음 멈췄다.
“다들, 피곤해보이니, 여기서 좀 쉬어가도록 하지”
유나의 일행이 멈춘 곳에는 거대한 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있었고, 나무 주위로 적지만 풀들도 나 있었다. 카린은 기뻐하며 나무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래, 그러지 않아도 좀 쉬고 싶었는데 마침 잘됐네”
유나일행은 잠시동안 나무밑에서 달콤한 휴식을 보내고 있었다. 거대한 나무사이로 살랑살랑 바람이 불어왔다. 아루스는 자신의 검을 닦으며 다음 전투를 위한 준비를 했고, 루카는 기타를 연주하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카린은 거대한 나무에 기대 눈을 감고 있었고, 준 역시 편안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지만, 유나만은 그렇지 않았다. 유나의 불안한 마음을 알았는지 준이 유나의 곁으로 다가왔다.
“고민이 많아 보이는군.”
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나무 옆에서 조용히 유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냥… 제가 정말 이 팀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어요.”
유나는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을 이어 나갔다
“아까는 얼떨결에 제 힘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다음번에도 그럴 수 있을 거란 보장이 없잖아요”
준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너는 아직 너의 능력을 깨닫지 못했을 뿐이야. 넌 선택받은 New DNA다. 네 안의 힘을 믿는 수 밖에 없어. “
“제가 그럴 수 있을까요?”
유나는 그 말을 곱씹으며 조용히 나무를 만졌다.
새로운 균열의 징조
그 때, 거대한 모래 폭풍이 나무 주위를 휩쓸었고, 강력한 바람으로 인해 주변의 공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유나일행은 갑작스러운 폭풍에 당황하며 몸을 겨우 일으켰다.
“균열이 시작되려는 징조다 다들 조심해”
아루스의 말이 끝나자마자 거대한 모래 폭풍속에서 차원의 균열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황량한 사막속에서 폭풍과 어둠이 엇갈리며 균열이 퍼지고 있었고, 공기는 날카롭게 메말라 있었다. 그리고 모래폭풍의 한 가운데서 낮게 포효하는 듯한 짐승의 울음소리가 불길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와.. 분위기 한 번 살벌하다..”
루카는 특유의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조심해. 이 균열은 다른 균열들과는 좀 달라”
준이 모두에게 경고했다.
그들은 경계태세로 천천히 균열 중심부로 다가갔다.
괴물의 출현
모래 폭풍속에서 모습을 들어낸것은 여섯 개의 팔과 사막의 모래를 몸에 휘감은 괴물이었고, 그의 눈은 붉게 빛났다. 괴물은 거대한 팔로 땅을 내려치며 강력한 충격파를 일으켰다.
“저걸 어떻게 상대하라는 거지?”
루카가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
“생각할 시간 없어! 바로 움직여라!”
아루스가 외치며 창을 휘둘러 첫 번째 공격을 막아냈으나, 괴물의 강력한 공격에 아루스는 속수무책으로 당할뿐이었다. 루카는 당황한 채 공격을 이어나가려 했으나. 다시 한번 이어지는 공격에 쓰러지고 말았다.
“젠장!!!!”
“유나! 시간이 없어 어서 힘을 사용해!”
카린이 수정 구슬을 들어 보호막을 펼치며 말했다.
유나는 떨리는 마음을 붙잡고 손끝에 모이는 빛을 응시했다. 하지만 괴물의 압도적인 강함에 두려움과 무력감을 느낀 유나는 그 어떤 힘도 사용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