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홍대의 마지막 기억

1화: 홍대의 마지막 기억

카페 ‘호기심’은 홍대 중심가의 구석진 골목에 자리 잡고 있다. 복잡한 홍대의 번화가와 달리, 이곳은 조용하고 어딘가 미묘한 기운이 맴돌고있다. 그날도 유나는 평소처럼 커피를 내리며 단골손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유나, 혹시 홍키하바라라는 이름 들어본 적 있어?”

익숙한 목소리에 유나는 고개를 돌렸다. 카운터 앞에는 늘 도시 전설에 열광하는 단골 손님, 민호가 앉아 있었다.

“홍키하바라요?”

유나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민호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테이블 위에 스마트폰을 내려놓았다. 화면에는 낡은 지도가 찍힌 이미지가 떠 있었다.

“홍키하바라는 홍대 어딘가에 존재했다는 다른차원으로 통하는 공간이야"

“다른차원이요?"

“너 요즘 이상한 소문이 퍼지고 있는거 몰라?"

민호가 덧붙였다.

“이상한 소문이요?”

“최근에 홍대에서 이유 없이 사라지는 물건들, 그리고 갑자기 나타났다가 없어지는 사람들말이야. 이 모든게 홍키하바라라는 공간때문이란 소문이있어."

"또, 어디서 이상한 거 보고 그러시는 거 아니예요? 제가 이상한 커뮤니티 좀 끊으라고 했죠?"

"아 진짜 답답하긴, 이건 소문이 아니라니깐!"

"아 네네~ 민호님 말씀이 다 맞아요!!"

유나는 웃으면서 민호의 이야기들을 흘려넘겼다. 민호는 동네에서 아주 유명한 허풍쟁이였다.

또 어디선가 인터넷에서 들려오는 헛소리를 믿고선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오늘은 민호의 말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무언가가 유나의 마음 속을 쿵쿵 두드리는 것 같았다.


기묘한 손님, 준의 등장

늦은 밤. 카페의 마지막 손님이 떠난 후 유나는 문을 닫으려던 참이었다.

그 순간, 조용히 문이 열리며 낯선 남자가 들어왔다.

한 여름에도 검은 후드집업으로 전신을 꽁꽁 싸맨 남성은, 어딘가 수상해보였다.

“죄송하지만 손님, 저희 영업시간 끝났어요.”

유나는 남자가 무서웠지만, 최대한 친절하게 미소를 띈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남자는 아랑곳 하지 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카운터 앞까지 다가왔다. 그의 검은색 후드가 은은한 불빛 아래에서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잠깐이면 돼.”

낯선 목소리에 유나는 순간적으로 주춤했다.

“아… 네.. 그럼 오늘만 특별히 해드릴게요.”

유나는 얼떨결에 주문을 받았다. 커피를 준비하며 남자를 힐끔힐끔 살폈다. 그의 태도는 어딘가 기묘했다. 익숙하지 않은 긴장감이 카페 안을 채웠다.

“..이 근처에서 오래 일했나?”

갑작스러운 질문에 유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네? 왜요?”

“혹시 홍키하바라에 대해 들어봤나해서”

그 이름이 다시 나왔다. 유나의 손이 멈췄다.

“..네?홍키...하바라요?"

남자는 미소를 짓지도 않고 무언가를 내밀었다. 유나의 손끝에서 빛바랜 지도가 눈에 들어왔다.

“이게 뭐예요?”

“이게 뭔지 너도 알고 있지 않아?”

그의 말은 마치 유나가 이미 이 전설을 알고 있다는 듯 했다.

“저요? 제가 왜요?”

“그야 너는 선택받은 사람이니까.”

남자는 태연히 말했다.

“선택받다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유나는 당황한 표정으로 그를 노려봤지만, 남자는 태연히 말을 이어나갔다.

“내 소개가 늦었군, 난 준이야. 시공의 여행자라고 보면 돼. 그리고 너에게는 특별한 유전자가 있어.”

“..네? 지금 무슨소릴.."

준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 한쪽에 걸린 유리창을 가리켰다. 창 너머로 보이는 홍대 거리가 묘하게 왜곡된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갑자기 유나의 손끝에서 따뜻한 감각이 퍼졌다. 그녀는 당황하며 손을 바라봤다. 손끝에서 희미한 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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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야… 이게…?”

유나는 갑자기 숨이 막힌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손 끝에서 시작된 빛 들은 점점 유나의 몸을 감싸고 유나는 마치 시공간의 뒤틀림 속에 빨려들어가는 것 같은 기시감과 울렁거림을 느꼈다. 그러나 준은 오히려 담담하게 말했다.

“네 안에는 깨어나지 않은 힘이 있어. 우리가 말하는 ‘New DNA’지.”

“...New DNA? 그건 또 뭔데요?”

준은 유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유나는 준의 손을 잡고 싶지 않았지만, 그의 손을 잡지 않으면 다른세계로 내던져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나는 힘겹게 준에게 손을 뻗었다.

“유나.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 너의 NEW DNA만이 홍키하바라를 재구축할 수 있어.”

준이 유나의 손을 잡자, 유나를 집어 삼킬 듯한 빛은 사라졌고, 기분 나쁜 기시감과 울렁거림 또한 사라졌다. 유나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고, 진정이 되었을때 쯤 고개를 들었지만 준은 이미 사라지고 난 뒤였다.

"뭐, 뭐야!! 방금 그건 뭐였어? 대체 왜 나한테 이런일이.."

유나의 손에는 어느새 지도가 들려 있었고, 멍한 표정으로 지금 자신에게 일어난

비현실적인 일들에 얼떨떨해하고 있었다.

2화: 시간 여행자 준의 등장

2화: 시간 여행자 준의 등장

홍대 골목의 미스터리 유나는 그날 이후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준이라는 남자가 남긴 지도와 그가 말한 “New DNA”, 그리고 홍키하바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