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을 위해, 유진은 시골로 이사했다.
그곳은 도심의 소음에서 벗어나 숨을 쉴 수 있는 곳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소설을 쓰기 위한 공간으로 이곳을 택했다.
치열한 경쟁과 비판에 지친 그녀는, 고요한 시골에서 잠시 쉴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우연히 발견한 이 낡은 저택에 입주하게 되었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재충전이 필요했던 그녀에게,
이곳은 완벽한 선택처럼 보였다.
"조용하고 넓고, 편안해 보이는 집이야."
유진은 이사한 첫날, 집을 둘러보며 홀로 속으로 되뇌었다.
작은 마당과 오래된 나무들, 그리고 한적한 주변 풍경이 그녀를 안심시켰다.
과거에 대한 아픈 기억들을 떨쳐내고, 새로운 이야기를 쓰기 위해 이 집은 좋은 선택이 될 것 같았다.
첫날 밤, 그녀는 알지 못한 소리 때문에 잠을 설치게 되었다.
벽 속에서 미세한 속삭임이 들려왔다.
처음에는 바람 소리나 집이 오래되어 나는 흔한 소리일 거라 여겼지만,
점차 그 소리는 그녀를 혼란스럽게 만들기 시작했다.
"누구야?"
유진은 깜짝 놀라며 눈을 떴다. 어둠 속에서 벽을 바라보았다.
그 속삭임은 점점 더 또렷하게 들려왔다.
"….도와줘…"
"….숨겨진…."
"저 아래…"
"…죽어…"
순간, 유진은 그 소리가 단순히 바람이나 낡은 집의 소리가 아니란 것을 직감했다.
무언가가 그 벽 뒤에 숨어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이 앞섰다.
소설가로서, 언제나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탐구해왔던 유진은 그 소리의 진원을 찾기로 결심했다.
"이건 나에게 필요한 이야기일지도 몰라,"
유진은 자신에게 그렇게 말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벽을 두드리며 소리를 더 가까이 들으려 했지만, 그 소리는 점점 더 작아지고, 결국 잠잠해졌다.
다음 날, 유진은 다시 그 소리의 흔적을 찾기로 했다. 집을 살펴보며 벽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다시 그 속삭임이 들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벽을 밀고, 벽지를 벗겨보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예상치 못한 것을 발견했다. 벽 속에서 한 장의 종이가 떨어졌다.
종이는 낡고, 색이 바랜 상태였다. 그것은 오래된 일기 같았다.
"이게 뭐지?"
유진은 조심스럽게 종이를 펼쳤다. 종이에 적혀 있는 것은 낯선 이름이었다.
이름과 함께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숨겨진 비밀이 있다."
그 문장을 본 순간, 유진의 심장은 뛰기 시작했다. 왜 이 이름이 여기 있을까?
그리고 이 종이는 왜 벽 속에 숨어 있었을까?
그녀는 곧장 이 일기가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라고 직감했다.
그날 밤, 유진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벽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계속해서 그녀를 괴롭혔다.
"도와줘,"
"숨겨진…"
그녀는 더 이상 이 소리가 단순한 환청이나 바람 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분명히 어떤 존재의 목소리였다.
다음 날 아침, 유진은 마을로 나가 정보를 찾기로 했다.
그녀는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보았고, 그들이 대답하는 동안 그녀의 마음속에는
하나의 의문이 생겼다. 마을 사람들은 이 집에 대해 알고 있었고, 그들은 무언가 숨기고 있었다.
"그 집은 오래된 집이에요,"
한 노인이 말했다.
"여기선 예전에 큰 사건이 있었죠. 그 사건이 무엇이었는지는
누구도 말하지 않지만, 집에 뭔가 불길한 기운이 있다는 건 다들 알죠."
"불길한 기운이라니요?"
유진은 더 깊은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마을 사람들은 더 이상 말을 아꼈다.
"그 집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 하세요. 괜히 그곳을 건드리지 말아요."
마을 사람들의 표정은 심각했다. 그들의 말 속에서 유진은 마치 그 집에 감춰진 비밀이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저녁이 다가오자, 유진은 다시 그 집으로 돌아갔다. 벽 속에서 들려오는 속삭임이 또다시 그녀를 불러들이고 있었다. 그 소리가 점점 더 강하게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도와줘," "숨겨진," "그를 찾아…" 그 속삭임은 유진을 저항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녀는 두려움과 호기심 속에서 벽을 다시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걸 풀어야 해,"
유진은 혼잣말을 했다. 그리고 벽 속에서 또 다른 단서를 찾아낼 때까지 그녀는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마치 이 집의 비밀을 풀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았다.
그때, 벽에서 다시 한 번 속삭임이 들려왔다.
"너는 이미 알고 있다."
유진의 손끝에 싸한 기운이 느껴지며, 그녀는 더 이상 이 소리를 피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 속삭임은 단순한 미스터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과거의 비극을 풀어내야 할 하나의 암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