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은 최석진 박사의 연구소에서 본 자료들을 떠올리며 깊이 생각에 잠겼다. 그는 균열을 제어하는 법을 알려주었지만, 그것이 성공할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너, 정말 괜찮겠어?”
다윤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서연을 바라보았다.
“네가 균열을 열어 레온을 찾겠다고 했지만, 만약 잘못되면 넌 이곳으로 돌아올 수 없을 수도 있어.”
서연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선택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마음을 정했다.
“그를 다시 만나야 해.”
그녀는 결연한 눈빛으로 말했다.
박사가 알려준 방식대로 균열을 열기 위해, 서연은 손을 들어 허공을 바라보았다. 깊이 집중하자 공기가 흔들리며 그녀의 손끝에서 희미한 빛이 번져 나왔다. 그리고 그녀가 힘을 집중하는 순간, 눈앞에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며 균열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 안에서는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레온이었다.
“레온!”
서연은 균열 너머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마침내, 균열 속에서 레온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의 얼굴은 피곤하지만 여전히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네가 올 줄 알았어.”
그 순간, 균열이 흔들리며 폭발적인 빛이 퍼져나갔다. 그리고 서연과 레온은 다시 함께였다.
눈을 떴을 때, 서연은 레온의 품에 안겨 있었다.
“여긴… 어디야?”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변은 신비로운 빛으로 가득했고, 인간 세계와는 다른 차원의 느낌이 들었다.
레온은 그녀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이곳은 나의 세계야. 그리고 이제, 네가 있어야 할 곳이기도 해.”
서연은 그의 말을 곱씹으며 천천히 손을 올려 그의 얼굴을 만졌다.
“그럼… 난 이제 돌아갈 수 없는 거야?”
레온은 서연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아니. 넌 이곳과 인간계를 잇는 존재야. 네가 균열을 통제할 수 있으면, 언제든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어.”
그녀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이제 그녀는 단순한 인간이 아니었다.
몇 개월 후, 인간 세계에서는 갑작스레 사라졌던 서연이 다시 나타났다. 하지만 그녀는 전과 다르게 강한 기운을 지니고 있었다.
“야! 진짜 너 맞아?!”
다윤이 놀란 얼굴로 그녀를 맞이했다.
서연은 다윤을 보며 웃었다. 그리고 그녀의 뒤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는 레온이 있었다.
“우리… 돌아왔어.”
레온은 서연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다윤은 얼어붙었다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와… 결국 해냈네. 차원이 다른 연애, 제대로 성공했구만!”
서연과 레온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제 그들은 차원이 달라도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그녀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이곳이든 저곳이든, 그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끝이 아니었다.
하루는 레온과 함께 거리를 걷던 서연이 갑자기 강한 기운을 느꼈다. 익숙한 균열의 에너지가 다시 한 번 일렁였다.
“레온… 이건….”
레온도 곧바로 감지한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곧 균열 속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랜만이야, 서연.”
서연은 숨을 삼켰다. 그곳에는 제이드가 서 있었다. 그는 여전히 날카로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네가 돌아올 줄 알았어. 하지만 이번엔 네가 정말 어디에 속해야 하는지, 고민해봐야 할 거야.”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균열은 더욱 거세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단순한 차원의 이동이 아니라, 더 거대한 변화가 다가오고 있음을 서연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레온은 그녀를 보호하듯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서연은 어디에도 속할 필요 없어. 그녀는 그녀 자신의 길을 찾을 거야.”
자신을 보호해 주려는 레온을 보며 그녀의 마음이 요동쳤다.
온 몸을 짓누르던 긴장감이 사라지고,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서연은 레온을 바라보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온 힘을 다해서 차원의 이동을 넘어선 강력한 세계의 균열을 마주하고 있었다.
서연과 레온
그리고 거대한 변화와 균열의 새로운 세계,
이제 그들의 이야기가 새롭게 전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