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윤의 시선은 집 안 한가운데 서 있는 레온에게로 꽂혀 있었다. 서연은 순간 머리가 새하얘졌다.
“어… 그러니까…”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그냥 친구라고 하기엔 그의 비현실적인 외모가 너무나도 돋보였다.
그때, 레온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씩 웃었다.
“나는 레온이라고 해. 서연의 운명의 반려야.”
“…뭐??”
다윤의 얼굴이 기묘하게 일그러졌다.
“운명의… 반려?”
“그래.” 레온은 당당했다. “내 차원에서 정해진 짝이야.”
서연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저기…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어…”
다윤은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너, 설마 이상한 연애 상담 같은 거 받고 있는 거 아니지?”
“…아니라고 하면 믿어줄래?”
“…안 믿을래.”
서연은 점점 더 수렁에 빠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더 큰 오해가 생길 것 같았다. 결국, 그녀는 간략하게 상황을 설명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레온은… 사실 인간이 아니야.”
“뭐?”
다윤의 눈이 커졌다. 서연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는… 다른 차원에서 왔어. 그리고… 지금 우리 세계에 적응하려고 노력 중이야.”
“…너, 진짜로 미쳤구나?”
서연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럴 줄 알았지.
하지만 다음 순간, 레온이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그러자 방 안의 공중에 금빛 입자가 퍼지며 작은 불꽃들이 피어올랐다.
“……!”
다윤은 깜짝 놀라 뒷걸음질 쳤다. 그녀는 몇 초 동안 말을 잇지 못하더니, 마침내 외쳤다.
“와, 뭐야, 진짜 마법사야?”
“비슷한 거야.”
레온은 태연하게 말했다.
다윤은 충격을 받은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러더니 서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야, 너 대박이다.”
“…뭐가?”
“너 이세계 남친 사귀는 거야?”
“아니라니까!”
서연이 부정했지만, 다윤의 표정은 이미 확신에 찬 모습이었다.
“아무튼, 너 진짜 재미난 일 겪고 있었구나. 이제 보니까 너 요즘 이상하게 바빴던 이유가 있었네.”
“그냥… 레온이 인간 세계에 적응하는 걸 도와주고 있었던 거야.”
“흠….”
다윤은 턱을 괴고 레온을 바라보더니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
“근데 너, 인간 여자랑 연애해 본 적 있어?”
레온은 고개를 저었다.
“없어. 하지만 이곳의 연애 문화를 공부하고 있어.”
다윤의 눈이 빛났다.
“그럼 내가 도와줄게!”
“…뭐?”
서연과 레온이 동시에 반응했다. 다윤은 신나게 말을 이었다.
“너희 둘, 어차피 계속 같이 있잖아? 그러니까 제대로 된 연애가 뭔지 가르쳐줄게.”
“…굳이?”
“당연하지! 네 남친이 인간 세계에서 이상한 짓 하고 다니면 너만 고생할 거 아냐.”
“…그건 맞지.”
서연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곁눈질로 레온을 보았다.
그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다윤은 이미 결심한 듯 신이 나 있었다.
“좋아, 첫 번째 단계! 소개팅 연습부터 해보자!”
“…소개팅?”
서연은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그런데 레온은 흥미로운 듯 미소를 지었다.
“좋아. 인간들의 연애 방식을 배울 수 있다면 나도 해볼게.”
다윤은 무언가를 떠올린 듯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좋아! 그럼 당장 나가자. 너희 둘, 연애 실전 연습이다!”
“지금…?”
서연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당연하지! 연애는 타이밍이 중요하다니까?”
레온은 한껏 기대하는 표정으로 서연을 바라보았다.
‘…이거, 괜찮은 거 맞아?’
그렇게 세 사람의 연애 실전 훈련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