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실전 훈련이라는 명목 하에, 다윤은 서연과 레온을 데리고 한적한 카페로 향했다. 그녀의 계획은 간단했다. 일단 사람 많은 곳에서 연애 분위기를 익히게 한 뒤, 레온에게 소개팅 연습을 시켜보는 것.
그러나 서연은 그 계획이 무척이나 불안했다.
“진짜 이래도 되는 거야?”
서연이 조용히 다윤에게 속삭이자, 다윤은 씩 웃으며 속닥였다.
“이 남자, 인간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기본적인 연애 스킬은 익혀야 한다고! 그리고 너도 솔직히 좀 궁금하지 않아? 레온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아니.”
서연은 단호하게 대답했지만, 솔직히 조금은 궁금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인정할 순 없었다.
그렇게 고민하는 사이, 카페 문이 열리고 한 사람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 순간, 레온이 갑자기 분위기를 바꿨다.
“……저건.”
서연이 의아하게 쳐다보자, 레온은 얼굴을 굳힌 채 눈앞의 인물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카페 문을 지나 여유로운 걸음으로 다가온 남자는 검은 머리에 묘하게 날카로운 인상을 지닌 잘생긴 남자였다. 하지만 그의 표정에는 서늘한 미소가 서려 있었다.
“오랜만이야, 레온.”
“…제이드.”
서연은 당황했다.
“누구야?”
그러자 다윤이 작게 속삭였다.
“설마… 이세계에서 온 또 다른 남자?”
레온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싸늘한 표정을 유지했다. 서연은 그를 보며 왠지 모르게 불길한 기운을 느꼈다.
“네가 여기에 왜?”
제이드는 여유롭게 테이블을 향해 걸어왔다. 그리고 레온의 맞은편 자리에 털썩 앉더니, 서연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그보다 이쪽이 더 궁금한데? 넌 레온이 그렇게 찾아다니던 ‘운명의 반려’라는 사람인가 보네.”
서연은 황당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였다.
“…운명의 반려? 대체 왜 다들 그렇게 부르는 거야?”
그러자 레온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건 네가 내 인연이기 때문이야.”
제이드는 비웃듯 웃었다.
“하, 아직도 그런 걸 믿고 있냐?”
그는 팔짱을 끼고 레온을 노려보았다.
“이봐, 인간계는 원래 변수가 많은 곳이야. 운명 같은 건 없지. 네가 그렇게 맹목적으로 믿는다고 해서 다 되는 게 아니라고.”
“…나는 확신해.”
레온은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제이드는 여유롭게 웃으며 서연을 향해 다시 눈길을 돌렸다.
“자, 서연 씨라고 했나? 내가 하나 묻고 싶어. 네가 정말 레온과 함께할 거라고 확신해?”
서연은 그 질문에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그건….”
솔직히 말해서, 확신할 수 없었다. 레온과의 관계는 기묘하게 얽혀 있었고, 그의 말처럼 ‘운명의 반려’라고 부를 만큼 깊은 관계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러자 제이드는 피식 웃더니,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한번 생각해보지 않을래? 인간은 선택할 자유가 있잖아. 나와도 친해질 기회를 가져보는 건 어때?”
그 순간, 레온이 눈살을 찌푸리며 그의 손을 가로막았다.
“그만해.”
제이드는 흥미롭다는 듯 레온을 바라보았다.
“왜? 질투 나?”
서연은 난감했다. 갑자기 분위기가 묘하게 변했다. 그리고 다윤이 옆에서 속삭였다.
“야, 이거 삼각관계 전개 아니야?”
“…그런 거 아니거든!”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서연의 얼굴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레온이 조용히 말했다.
“너, 이곳에 온 이유가 뭐지?”
제이드는 미소를 거두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곧 알게 될 거야.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네가 그렇게 믿는 운명이라는 게, 반드시 너의 뜻대로 흐르지는 않는다는 거야.”
그 말과 함께, 카페 안의 공기가 묘하게 무거워졌다.
그리고 서연은 직감적으로 느꼈다.
지금, 그녀가 더 이상 단순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