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안의 공기가 묘하게 무거워졌다. 레온과 제이드의 대립하는 분위기에 서연은 점점 불안해졌다. 다윤조차 말을 아끼며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었다.
레온은 제이드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네가 여기 온 이유를 말해.”
제이드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마 아직도 모른다고? 네가 이곳에 오래 머무르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서연은 불길한 느낌에 레온을 쳐다보았다.
“저게 무슨 말이야?”
레온은 주먹을 꽉 쥔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차원의 균열이 생긴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갑자기 카페 안의 유리창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마치 작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주변 손님들도 이상한 기운을 느꼈는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서연은 깜짝 놀라 의자를 움켜쥐었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제이드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레온, 너도 알겠지만 이곳은 네가 오래 머물도록 설계된 차원이 아니야. 네 존재가 점점 이 차원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있어.”
레온의 표정이 굳어졌다.
“하지만 서연을 두고 떠날 수는 없어.”
그 말에 제이드는 씁쓸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감정은 알겠지만, 네가 인간계에 계속 머물면 차원의 균열이 커져. 그리고 균열이 커지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너도 알고 있겠지.”
그 순간, 카페 한쪽 벽이 일그러지듯 흔들렸다. 공중에는 희미한 푸른빛의 금이 그어지며, 서연의 눈앞에서 공간이 일시적으로 뒤틀리는 듯한 장면이 펼쳐졌다.
“으악!”
손님들이 비명을 지르며 혼란에 빠졌다. 서연과 다윤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레온은 서연을 보호하려는 듯 그녀를 감쌌다.
“제이드는 떠나.”
레온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제이드는 한쪽 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이제 선택의 순간이야, 레온. 이곳에 남아서 균열을 키울 것인지, 아니면 떠나서 원래의 차원으로 돌아갈 것인지.”
서연은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레온이 떠난다고?’
순간 그녀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뒤섞였다. 아직 그와의 관계가 확실한 것도 아닌데, 그는 자신의 존재 자체가 이 차원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걸까?
다윤이 옆에서 말했다.
“야, 이거 너무 위험한 거 아니야? 우리 다 사라지는 거 아냐?”
그 말과 함께 또 한 번 강한 진동이 느껴졌다. 균열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제이드는 서연을 한 번 바라보았다. 그리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운명이란 게 참 재밌지 않나?”
그리고는 천천히 카페를 나섰다.
그러나 서연은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레온… 우리, 어떻게 해야 해?”
레온은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나는 네 곁을 떠나지 않을 거야. 반드시 방법을 찾겠어.”
그의 손은 따뜻했다. 하지만 그 따뜻함이 영원할지, 서연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녀는 눈앞의 일그러지는 공간을 바라보며, 이제 단순한 연애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