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온이 사라진 지 며칠이 지났다. 서연은 여전히 그의 존재를 실감하지 못한 채, 텅 빈 공기를 바라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하지만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움직이기로 결심했다.
그날 이후, 다윤과 함께 그녀가 가진 능력에 대한 단서를 찾으러 다녔다. 서연은 레온이 떠나기 전에 했던 말, 그리고 균열을 막을 때 느꼈던 감각을 되새겼다.
“어떤 단서든 좋으니까, 네가 기억하는 걸 전부 말해 봐.”
다윤이 메모장을 꺼내 들고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서연은 눈을 감고 균열을 막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때… 그냥 막아야 한다는 생각만 들었어. 그러자 내 몸에서 빛이 나왔고… 그리고 균열이 닫혔어.”
“그렇다면 네 능력은 차원과 관련된 뭔가일 가능성이 크겠네. 그럼 다음은 네 가족에 대해 알아보는 거야.”
서연은 그 말에 멍해졌다. 자신의 가족이라니. 그녀는 부모님을 어릴 때 사고로 잃었고, 그 후 혼자 살아왔다. 가족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정보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그때, 오래된 서랍 속에서 발견한 한 장의 사진이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진 속에는 어린 서연과 한 남성이 서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그 남성의 눈동자는… 레온과 같은 빛을 띄고 있었다.
“이건 뭐야…?”
서연은 사진을 들고 다윤을 바라보았다. 다윤도 놀란 표정이었다.
“설마… 네 가족 중 누군가 이계에서 온 거 아니야?”
그녀는 혼란스러웠다. 자신이 다른 차원과 관련이 있다는 걸 조금씩 깨닫고 있었지만, 가족까지 관련되어 있을 줄은 몰랐다. 그때, 그녀의 손에 있던 사진이 미세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갑자기 공기가 요동치더니 그녀의 앞에 작지만 선명한 균열이 생겨났다.
서연은 본능적으로 손을 뻗었다. 이번에도 무언가 알 수 없는 힘이 그녀를 감쌌다. 그리고 균열 너머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연….”
그 목소리는 분명 레온의 것이었다.
“레온?!”
그녀는 균열을 향해 달려갔다. 균열 속에서 보이는 그의 얼굴은 희미했지만, 확실히 레온이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어딘가 불안해 보였다.
“서연, 시간이 없어. 네가 가진 힘은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거야. 지금 당장 네 능력을 깨우쳐야 해. 그렇지 않으면…”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균열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서연은 그를 향해 손을 뻗었지만, 곧 균열이 사라졌다. 그녀는 허공을 응시하며 숨을 삼켰다.
다윤이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야, 이거… 생각보다 심각한 거 아냐?”
서연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제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정체를 밝혀야만 했다. 그리고 레온을 다시 만날 방법을 찾아야 했다.
며칠 후, 서연은 인터넷에서 초자연적인 현상을 연구하는 학자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한 남자의 이름을 발견했다. 최석진 박사. 차원 이동과 초자연적 에너지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그녀는 고민 끝에 다윤과 함께 그를 만나러 갔다. 박사는 처음에는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었지만, 서연이 사진을 보여주자 얼굴이 굳어졌다.
“이건… 믿기 힘들군. 하지만 설명해 주겠네.”
박사는 깊은 한숨을 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래전, 이 세계에는 차원의 문을 넘나들던 존재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인간 세계에 너무 오래 머물면 균열이 생기고, 그 균열이 커지면 결국 이 세계가 붕괴될 수도 있지.”
서연은 그의 말을 듣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어쩌면 그녀도 그런 존재의 일부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균열을 통제할 방법은 없나요?”
박사는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네가 그 힘을 완전히 깨우치면 가능할 수도 있지. 하지만 그러려면 위험한 선택을 해야 할 거야.”
서연은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이제 후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레온을 다시 찾아야 했다. 그리고 자신의 운명을 밝혀야 했다.
“좋아요. 방법을 알려주세요.”
그녀는 결심했다. 더 이상 기다리기만 할 수 없었다.
이제는, 직접 나설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