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를 하려면 이걸 먼저 배워야 한다고?”
서연은 눈앞에서 펼쳐지는 기괴한 광경을 이해할 수 없었다.
눈부신 은발의 남자는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유심히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마치 우주적 진리를 깨달은 현자의 경지에 다다른 듯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가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남자는 여자를 만나면 벽에 몰아야 한다… 그래야 설렘이 극대화된다고.”
서연은 황당함을 넘어 경악했다.
레온은 그녀를 향해 유유히 다가오더니, 팔을 벽에 대고 ‘벽치기’를 시도했다.
쿵!
“…….”
“…….”
서연과 레온의 사이에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서연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아니, 도대체 어디서 이상한 걸 배운 거야?
“저기, 레온 씨.”
“응?”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연애라는 것은 강렬한 순간을 통해 호감을 키우는 것이라고 들었다. 특히 ‘벽치기’라는 행위가 효과적이라고 나와 있다.”
서연은 그의 손에 들린 스마트폰 화면을 힐끗 봤다. 그곳에는 ‘심쿵! 여심을 사로잡는 남자의 행동 BEST 5’라는 제목의 기사와 함께 벽치기, 강제 백허그, 무심한 듯 챙겨주기 등의 리스트가 적혀 있었다.
“너… 설마 인터넷 검색으로 연애 배우는 거야?”
“그렇다.”
레온은 진지했다. 그리고 그 태도가 너무도 당당해서 더 이상하다.
서연은 한숨을 쉬었다. 이 남자는 정말로 인간이 아니었다. 아니, 연애를 배우려는 열정은 대단하지만 방향이 엉망이다.
👗 기상천외한 첫 데이트
서연은 레온이 인간 세상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걸 깨닫고, 그와 함께 ‘일반적인 데이트’를 해보기로 했다.
적어도 사람처럼 행동하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겼다.
“자, 그럼 첫 데이트는 영화 보는 걸로 하자.”
서연이 그렇게 말하자, 레온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영화란 무엇인가?”
“스크린을 보면서 이야기를 감상하는 거야. 재밌어.”
“음… 내가 직접 환상을 보여주면 안 되나?”
“네 환상 말고, 인간들이 만든 걸 보는 거야.”
서연은 그를 이끌고 영화관으로 향했다.
표를 끊고 팝콘을 사서 자리를 잡았다. 레온은 커다란 팝콘 통을 신기한 듯 쳐다보다가 한 알을 집어 입에 넣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으음?”
레온의 얼굴이 급격하게 일그러졌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는 팝콘을 허공에 띄워버렸다.
“…야! 뭐 하는 거야!”
“이것은 입에서 이상한 감촉을 남긴다! 게다가 이 버터라는 것은 왜 이렇게 미끄럽지? 설마 이것이 인간들이 말하는 ‘위험한 음식’인가?”
서연은 당황했다. 하지만 옆자리의 사람들이 황당한 표정으로 그들을 쳐다보자, 그녀는 황급히 레온을 끌어당겼다.
“조용히 해! 그냥 먹어! 영화 시작해!”
“…알겠다.”
레온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팝콘을 다시 한 번 입에 넣었다. 그리고 억지로 씹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서연은 더 큰 문제에 직면해야 했다.
영화가 시작되자 레온이 스크린을 보고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저 남자가 여자를 공격했다! 내가 막아야 해!”
레온이 손을 휘젓자, 영화 속에서 싸우던 남자가 순간 정지하더니 허공에서 부유하기 시작했다.
서연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이 바보야! 영화는 진짜가 아니야!”
그 말에 레온은 당황한 듯 화면을 보다가 다시 그녀를 봤다.
“…진짜가 아니라니?”
“그냥 연출된 장면이라고!”
“…나는 가짜를 보고 있는 건가?”
그의 표정은 믿을 수 없다는 듯했다.
그리고 영화관 안의 관객들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서연은 한숨을 쉬며, 레온을 끌고 밖으로 나왔다.
“너랑 영화는 무리야.”
🍽 식사 시간, 또 다른 대참사
서연은 영화관에서의 참사를 겪고 나서, 이번에는 평범한 식사를 해보기로 했다.
“이제 밥을 먹자.”
“음식을 섭취하는 행위인가?”
“…당연하지. 네 차원에도 음식이 있지 않아?”
“있긴 하지만, 우리는 주로 에너지를 직접 흡수한다.”
“…….”
서연은 그의 설명을 무시하고, 그를 식당으로 데려갔다.
식당에서 메뉴판을 고르는데, 레온은 처음 보는 음식이 신기한지 진지한 얼굴로 고민했다.
“여기 있는 것 중에 가장 강한 에너지를 가진 건 무엇인가?”
“…칼로리가 높은 걸로 시켜줄게.”
그렇게 해서 나온 건, 매운 짬뽕이었다.
서연은 평소에 매운 걸 잘 먹지 않지만, 레온이라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
레온이 국물 한 입을 뜨더니, 갑자기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그의 손끝에서 이상한 빛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야, 너 왜 그러는데?”
“입이… 타들어 가는 느낌이다… 이건… 공격이다…!”
서연은 뚝배기를 던져버릴 뻔했다.
이 남자는 대체 뭐지?
서연이 그의 손을 얼른 붙잡고 말했다.
“그냥 매운 거야! 너 인간이 되고 싶으면 이런 것도 먹을 줄 알아야 해!”
레온은 눈물을 글썽이며 국물을 한 번 더 떠봤다.
그리고 무언가 깨달은 듯, 천천히 삼켰다.
“…이것이 인간의 고통인가?”
“…비슷해.”
그리고 몇 분 후, 레온은 묘하게 감동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인간의 감정을 이해한 것 같다.”
“…뭐?”
“이것이 바로, 고통 속에서 피어나는 즐거움… 이 감정은… ‘쾌락’인가?”
서연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이 남자는 정말, 차원이 다른 남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