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정의의 시간

10화: 정의의 시간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 수많은 취재진들이 몰려든 가운데, 강민혁이 소환조사를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 한때 당당하던 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강민혁 피의자, 혐의를 인정하십니까?" "회사 자금 50억 원 횡령이 사실입니까?" "전임 이사 퇴진 과정에서의 증거조작에 대해 답변해주십시오!"

쏟아지는 질문에 민혁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인 채 청사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한 시간 후, 소라도 같은 건물에 도착했다. 참고인 조사를 위해서였다.

"윤변호사님, 이쪽으로 오시죠." 검사가 그녀를 조사실로 안내했다.

"강민혁 피의자와는 어떤 관계이셨습니까?" "대학 시절부터 알던 사이입니다. 4년 정도 교제했었고요."

"신성IT에서의 비리를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소라는 차분히 증거들을 제시했다. 민혁의 이메일, 계좌내역, 전임 이사를 모함한 증거들까지.

"이 자료들은 어떻게 입수하신 건가요?" "제가 변호사다 보니, 여러 경로를 통해 합법적으로 수집했습니다."

조사는 3시간 가량 이어졌다. 나오는 길에 소라는 민혁과 마주쳤다. 그의 눈은 충혈되어 있었다.

"이제 만족하니?" 민혁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소라는 대답 없이 그를 지나쳤다. 그녀의 복수는 이제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뉴스가 쏟아졌다.

[속보] 강민혁 전 이사 구속... "혐의 대부분 인정" [단독] 신성IT, 강민혁 전 이사 상대로 100억 손해배상 청구 [긴급] 검찰, 서지은 씨도 공범 혐의로 조사 예정

소라는 사무실 창가에 서서 이 모든 소식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김비서가 문을 두드렸다.

"팀장님, 최준호 부사장님께서 오셨습니다."

"윤변호사님, 정말 감사합니다." 최준호가 와인 한 병을 들고 들어왔다. "덕분에 진실이 밝혀졌네요."

"부사장님께서 용기 내주신 덕분입니다."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 최준호가 물었다.

소라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저는... 이제 새로운 시작을 하려고 합니다."

그날 저녁, 소라는 오랜만에 한강공원을 찾았다. 3년 전, 민혁과 자주 걷던 그 길이었다.

핸드폰이 울렸다. 서지은이었다. "언니... 저 내일 검찰에 가요."

"알아요. 뉴스 봤어요."

"언니... 저 정말 죄송해요. 그때 몰랐어요. 제가 얼마나 나쁜 짓을 하고 있는지..."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없어요." 소라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선택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이니까요."

전화를 끊고 소라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들이 유난히 밝게 빛나고 있었다.

'이제 정말 끝이구나...'

그녀는 가방에서 오래된 사진 한 장을 꺼냈다. 대학 시절, 민혁과 찍은 사진이었다. 소라는 그 사진을 한강에 띄워보냈다.

과거는 이제 흘러가버린 강물처럼 그렇게 흘러갈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소라는 출근길에 커피숍에 들렀다. 문득 창밖을 바라보니 새로운 봄이 오고 있었다.

"어서오세요. 무엇을 드릴까요?" "아메리카노 한 잔이요."

이제 그녀의 인생에도 새로운 봄이 찾아올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