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결혼식 초대장

1화: 결혼식 초대장

유리창 너머로 쏟아지는 늦가을의 햇살이 사무실을 가득 채웠다. 윤소라는 책상 위에 놓인 크림색 봉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고급스러운 이탈리아 편지지에 금박으로 새겨진 글씨가 오늘따라 유난히 눈에 거슬렸다.

"강민혁 & 서지은의 결혼식에 초대합니다."

차가운 미소가 그녀의 입가에 머물렀다. 3년 전, 그녀의 모든 것을 앗아간 남자가 이제는 다른 여자와 결혼한다는 소식을 이렇게 당당하게 전해오다니. 봉투를 집어 들자 그 안에서 작은 쪽지가 떨어졌다.

'소라야, 잘 지내지? 우리 이제는 어른스럽게 마주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꼭 와줬으면 좋겠어. - 민혁'

소라는 쪽지를 구겨 휴지통에 던져 넣었다. 어른스럽다고? 그가 말하는 어른스러움이란 게 뭘까. 4년간의 연애를 배신으로 끝내고, 회사 후배와 불륜을 저지르고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었던 그가 말하는 어른스러움이란...

"팀장님, 이따 회의 자료..." 문득 들리는 신입사원의 목소리에 소라는 재빨리 표정을 정리했다. 이제는 대형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가 된 그녀였다. 더 이상 한 남자 때문에 흔들릴 그녀가 아니었다.

"아, 그래. 김비서 회의 자료 준비됐나요?" "네, 방금 복사해 왔습니다. 그리고 오후 2시에 서울중앙지법 쪽에서 연락이 왔는데..."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소라의 머릿속에서는 계속해서 결혼식 초대장이 맴돌았다. 그녀는 자신의 핸드폰을 집어 들어 민혁의 SNS를 열었다. 완벽해 보이는 그의 프로필 사진. 웃고 있는 지은과의 커플 사진들. 승진 축하 파티 사진들...

'참 잘 살고 있구나.'

점심시간, 소라는 혼자 사무실에 남아 컴퓨터를 켰다. 검색창에 '강민혁'을 입력했다. 현재 IT 기업의 이사로 승진했다는 기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불과 3년 만의 초고속 승진이었다.

"이사라... 대단하네." 소라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더 깊이 검색을 이어갔다. 민혁이 일하는 회사의 내부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 업계 평판, 그리고... 그가 이사로 승진하던 당시의 미묘한 소문들까지.

저녁이 되어서야 소라는 사무실을 나섰다. 가을바람이 차갑게 불어왔다. 그녀는 근처 와인바에 들러 레드와인 한 병을 주문했다. 와인잔을 돌리며 그녀는 지난날을 회상했다.

첫 만남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법대생이었던 그녀와 경영학도였던 그가 처음 만난 건 대학교 4학년 때였다. 같은 토익 학원에서 만나 연인이 되었고, 서로의 꿈을 응원하며 취업을 준비했다. 소라가 로펌에 입사하고, 민혁이 IT 기업에 들어가고... 둘은 서로의 가장 가까운 지지자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와인 한 병 더 주세요." 소라의 눈가가 붉어졌다. 알코올 때문인지, 아니면 억누른 감정 때문인지는 그녀도 알 수 없었다.

그날 밤, 취기에 휘청거리며 집으로 돌아온 소라는 노트북을 펼쳤다. 민혁의 회사 조직도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의 상사들, 동료들, 그리고 특히 그가 밟고 올라섰다는 소문이 있는 사람들의 명단을 하나하나 정리했다.

"결혼식이라... 재미있겠네."

소라는 마지막 와인을 마저 마시며 중얼거렸다. 노트북 화면에는 이미 민혁의 약점이 될 만한 것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이제 시작이야, 강민혁.'

그녀의 차가운 미소가 어둠 속에서 빛났다. 완벽한 복수는 시간이 걸리는 법. 그리고 그녀에게는 아직 결혼식까지 3개월이라는 시간이 있었다.

핸드폰이 울렸다. 문자였다. "소라야, 답장이 없어서... 혹시 초대장 받았어? - 민혁"

소라는 잠시 망설이다 답장을 보냈다. "응, 잘 받았어. 축하해." "와줄 거지?" "당연하지. 우리가 어떤 사이였다고..."

휴대폰을 내려놓으며 소라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일부터는 바빠질 것이다. 그의 회사에 대한 조사, 숨겨진 비리 찾기, 그리고 무엇보다... 서지은이라는 여자에 대해 알아내야 했다.

창밖으로 서울의 야경이 반짝였다. 소라는 와인잔을 들어올렸다. "건배... 강이사님의 완벽한 결혼식을 위하여."

그녀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 이제 시작이었다.

2화: 진실의 조각들

2화: 진실의 조각들

다음 날 아침, 소라는 평소보다 일찍 사무실에 도착했다. 비가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그녀는 어제 밤 정리해둔 메모를 다시 한 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