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진실의 조각들

2화: 진실의 조각들

다음 날 아침, 소라는 평소보다 일찍 사무실에 도착했다. 비가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그녀는 어제 밤 정리해둔 메모를 다시 한 번 꺼내들었다.

'강민혁 약점 리스트'

  1. 전 회사에서의 비리 의혹
  2. 현 회사에서의 부정한 승진
  3. 결혼상대자 서지은의 과거

리스트를 보며 소라는 지난밤의 취기가 조금 남아있는 머리를 흔들었다. 복수를 계획하고는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우선 정보부터 모아야 했다.

"김비서님, 잠시 들어와 주세요." 소라가 인터폰을 눌렀다.

"네, 팀장님." 곧바로 김비서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혹시 신성IT 법무팀에 아는 분 있으신가요?" "아... 제 대학 선배가 거기서 일하고 있어요." "연락처 좀 받을 수 있을까요? 자문할 일이 있어서요."

소라는 신성IT의 법무팀 연락처를 받아 적었다. 민혁이 현재 일하고 있는 회사였다. 만약 그가 회사에서 뭔가 부정한 일을 저질렀다면, 분명 법무팀에도 흔적이 남아있을 것이다.

점심시간, 소라는 강남의 한 레스토랑에서 신성IT 법무팀의 박과장을 만났다.

"변호사님, 처음 뵙겠습니다." "네, 반갑습니다. 바쁘실 텐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해요."

식사를 하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회사 이야기, 업계 소식... 그리고 마침내 소라는 본론을 꺼냈다.

"강민혁 이사님과도 일하시나요?" "아... 네. 요즘 많이 바쁘시더라고요. 결혼도 앞두고 계시고." "아, 그렇죠? 제가 얼마 전에 초대장을 받았어요. 대학 동창이거든요."

박과장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소라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뭔가 있나요?" "아... 그게..." 박과장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이었다.

"사실... 작년에 좀 문제가 있었어요. 강이사님이 승진하실 때..."

이야기는 생각보다 충격적이었다. 민혁은 자신의 승진을 위해 전임 이사의 비리를 폭로했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가 직접 조작한 증거였다는 것. 전임 이사는 결국 불명예 퇴직을 당했고, 그 자리를 민혁이 차지했다.

"증거가 있나요?" "메일이 몇 개 있었어요. 제가 우연히 봤는데... 강이사님이 조작된 회계자료를 만드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더라고요."

소라의 눈이 빛났다. 첫 번째 단서를 찾은 것이다.

사무실로 돌아온 소라는 곧바로 컴퓨터를 켜고 자료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박과장이 알려준 정보들, 그리고 그날짜를 전후로 한 민혁의 행적들.

"역시... 넌 달라진 게 없구나."

대학시절부터 민혁은 늘 그랬다.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소라와 사귈 때도, 그녀의 법률 지식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려 했었다.

오후가 되어 소라는 또 다른 약속이 있었다. 이번에는 민혁의 전 회사 동료를 만나기로 했다.

"변호사님,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민혁의 전 직장 동료인 김과장이 소라의 사무실을 찾았다.

"아니에요. 제가 감사하죠. 귀중한 시간 내주셔서..."

김과장은 민혁과 같은 팀에서 일했던 사람이었다. 그는 민혁이 전 회사를 떠날 때의 상황을 자세히 알고 있었다.

"사실... 강민혁 씨가 우리 회사를 떠난 건 단순히 더 좋은 조건 때문만은 아니었어요." "네?" "프로젝트 자금을 횡령한 흔적이 있었거든요. 증거를 찾기 전에 그가 먼저 사표를 냈죠."

소라는 차분히 메모를 해나갔다. 두 번째 퍼즐 조각이 맞춰지고 있었다.

저녁, 소라는 집으로 돌아와 노트북을 펼쳤다. 오늘 하루 동안 모은 정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서지은의 이름을 검색창에 입력했다.

"이제 너의 약점은 다 드러났어, 민혁아."

화면 속에서 서지은의 SNS가 열렸다. 완벽해 보이는 그녀의 프로필 사진 속에서, 소라는 무언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서지은이 태그된 과거의 사진들 중에서, 지워진 흔적들이 보였다.

"흔적을 지웠다는 건... 숨기고 싶은 게 있다는 거겠지."

소라는 와인 한 잔을 따르며 미소지었다. 이제 시작이었다. 진실의 조각들이 하나둘씩 모이고 있었고, 그녀의 복수는 이제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핸드폰이 울렸다. 민혁이었다. "소라야, 이번 주말에 시간 되니? 지은이랑 같이 식사라도 하고 싶어서..."

소라는 잠시 침묵했다가 답장을 보냈다. "그래, 좋아. 토요일에 보자."

화면을 끄며 소라는 차갑게 웃었다. "기다려봐, 강민혁. 네가 그토록 원하는 완벽한 결혼식... 내가 특별한 선물을 준비해줄게."

밤하늘에 번개가 번쩍였다. 마치 소라의 차가운 결심을 축복이라도 하듯이.

3화: 마주친 운명

3화: 마주친 운명

토요일 오후, 청담동의 한 고급 레스토랑. 소라는 일부러 약속 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했다. 창가 자리에 앉아 그녀는 와인을 한 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