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소라는 평소보다 더 일찍 사무실에 도착했다. 주말 동안 박과장이 보내준 이메일들을 꼼꼼히 살펴보던 중, 한 장의 사진이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3년 전 민혁의 회사 워크숍 사진이었다.
"이게 다 연결되어 있었네..."
사진 속에는 민혁과 서지은이 같은 조에 배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관계가 시작된 것은 그보다 훨씬 전이었다는 걸, 소라는 이제 알고 있었다.
"팀장님, 김태현 변호사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들어오시라고 해주세요."
김태현은 소라의 대학 동기였다. 현재는 이혼전문 변호사로 명성이 자자했다.
"소라야, 네가 부탁한 자료 찾아봤어." "고마워. 뭐 특별한 거 있었어?" "응. 서지은이라는 사람... 이혼 경력이 있더라."
소라의 눈이 커졌다. "이혼?"
"2년 전에 이혼했어. 근데 재미있는 건, 이혼 당시 위자료를 꽤 많이 받아갔다는 거야. 전 남편이 대기업 임원이었거든."
"혹시... 전 남편 이름은?" "최준호. 현재 L그룹 부사장이야."
소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서지은의 SNS에서 지워진 흔적들이 이제야 이해가 됐다.
소라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태현아, 혹시 최준호 부사장 연락처 구할 수 있어?" "어려울 것 같은데... 근데 이번 주 금요일에 L그룹 회장 자선행사가 있어. 최부사장도 참석할 거래."
소라는 곧바로 비서를 불렀다. "김비서님, L그룹 자선행사 참석 명단에 제 이름 올릴 수 있나요?" "네, 확인해보겠습니다."
점심시간, 소라는 노트북을 펼쳐 서지은의 과거를 더 자세히 조사했다. 그녀의 첫 결혼생활은 겉보기에는 완벽했다. 재벌가 며느리로 호화로운 생활을 했고, SNS에는 행복한 모습만 가득했다.
하지만 이혼 후, 그녀는 모든 흔적을 지웠다. 마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는 것처럼.
"근데 어떻게 민혁이랑..."
소라는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에 다시 민혁의 이메일을 열었다. 날짜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민혁과 서지은의 첫 만남은 그녀가 아직 최준호와 결혼했을 때였다.
"역시... 넌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었어."
소라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걸었다. "박과장님? 제가 부탁드린 자료는 좀 더 찾으셨나요?"
"네, 변호사님. 강이사님이 서지은 씨와 주고받은 이메일을 몇 개 더 찾았습니다. 특히... 2년 전 이혼 직전의 메일들이 좀 문제가 될 것 같아요."
소라는 메일을 열어보고 숨을 들이켰다. 화면 속에는 민혁과 서지은이 주고받은 은밀한 대화들이 가득했다. 최준호와의 이혼을 계획하는 내용부터, 위자료를 받아내기 위한 전략까지...
"이런 걸 원했던 거야, 민혁아?"
저녁이 되어 사무실을 나서는 소라의 발걸음이 가벼웠다. 이제 그녀에게는 강력한 카드가 생겼다. 하지만 아직 부족했다.
집으로 돌아온 소라는 와인을 한 잔 따르며 금요일 자선행사 준비를 시작했다. 최준호를 만나기 위해서는 완벽한 계획이 필요했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서지은이었다. "언니... 시간 되시면 잠깐 봬요."
소라는 잠시 망설였다. "그래요. 내일 점심은 어때요?" "네, 좋아요. 그런데... 민혁 오빠한텐 비밀로 해주세요."
전화를 끊은 소라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서지은도 뭔가 숨기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이제 곧 모든 게 드러나겠네."
소라는 노트북을 다시 열었다. 내일의 만남을 준비하면서, 그녀의 머릿속에는 이미 새로운 계획이 그려지고 있었다.
창밖으로 쏟아지는 도시의 불빛들이 마치 그녀의 복수를 응원하는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