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두 여자의 대화

5화: 두 여자의 대화

강남의 한적한 카페, 소라는 창가 자리에 앉아 서지은을 기다리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녹음기가 담긴 핸드백이 놓여있었다. 어제 밤, 그녀는 오늘의 만남을 위해 꼼꼼히 준비했다.

카페 문이 열리고 서지은이 들어왔다. 평소의 단정한 모습과는 달리, 약간 긴장한 듯한 표정이었다.

"언니, 기다리셨죠?" "아니에요. 방금 왔어요."

서지은은 자리에 앉자마자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치 누군가 쫓아올까 걱정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무슨 일이에요? 전화로는 급하다고 하셨는데..." 소라가 물었다.

서지은은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언니... 사실 민혁 오빠와 언니의 관계를 알고 있어요."

소라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그래요?"

"네... 오빠가 술 취했을 때 실수로 말했어요. 언니가... 오빠의 첫사랑이었다고."

소라는 천천히 커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그래서요?"

"저... 부탁이 있어요." 서지은의 목소리가 떨렸다. "결혼식에 오지 말아주세요."

침묵이 흘렀다. 소라는 서지은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왜죠?" "그건..." "최준호 부사장님 때문인가요?"

서지은의 얼굴이 순간 창백해졌다. "언니... 어떻게..."

"서지은 씨, 제가 변호사라는 걸 잊으신 건가요? 당신의 과거를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요."

소라는 가방에서 서류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서지은과 최준호의 이혼 서류였다.

"그리고 이건..." 두 번째로 꺼낸 것은 이메일 출력물이었다. 서지은과 민혁이 주고받은 메일들.

"이걸 어떻게..." 서지은의 목소리가 떨렸다.

"당신이 최준호 부사장님과 결혼했을 때부터, 민혁과 연락하고 있었다는 증거예요. 이혼을 계획하고, 위자료를 받아내기 위해 함께 공모한 증거도 여기 다 있죠."

서지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제발... 이걸 어떻게 하면..."

"이걸 최부사장님께 보여드리면 어떨까요? 아마 위자료 반환 소송은 물론이고, 사기 혐의로도 고소가 가능할 텐데."

"언니... 제발..." 서지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왜 그랬어요?" 소라가 차갑게 물었다. "민혁이... 그렇게 좋았나요?"

서지은은 고개를 숙였다. "처음엔... 그저 일시적인 감정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결혼생활이 힘들었나요?" "아뇨... 준호 오빠는 좋은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너무... 완벽했어요. 그의 세계에서 저는 그저 장식품 같았죠."

소라는 피식 웃었다. "그래서 민혁을 선택한 거예요? 당신을 인정해주는 것 같아서?"

"언니... 저도 잘못했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이제 와서 이 모든 게 밝혀지면..."

"당신을 망치려는 게 아니에요." 소라가 차분히 말했다. "저는 단지... 진실이 밝혀지길 바랄 뿐이에요."

"무슨... 무슨 뜻이죠?"

"금요일, L그룹 자선행사에 최부사장님이 오신다고 하더군요." 소라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거기서 우연히 마주치면... 재미있지 않을까요?"

서지은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언니... 제발 그러지 마세요. 부탁드려요."

"그럼 제안을 하나 할게요." 소라가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민혁의 비리 자료들... 전부 제가 가지고 있어요. 당신이 선택하세요. 최부사장님께 진실을 알릴까요, 아니면..."

"아니면...?"

"당신이 직접 민혁을 떠나는 건 어떨까요?"

카페 밖으로 가을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두 여자의 운명이 교차하는 순간, 하늘도 이 아픈 진실을 씻어내리려는 듯했다.

6화: 우아한 덫

6화: 우아한 덫

L그룹 자선행사가 열리는 호텔 연회장. 소라는 샴페인 잔을 들고 우아하게 사교계 인사들 사이를 거닐고 있었다. 버건디 색 이브닝드레스를 입은 그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