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행사 다음 날 아침, 소라는 평소보다 일찍 사무실에 출근했다. 그녀의 예상대로 뉴스가 터졌다.
[속보] L그룹 최준호 부사장, 전처 상대로 위자료 반환 소송 제기 [단독] "결혼 사기였다"... L그룹 최준호 부사장, 전 부인과 현 애인 고소
소라는 모니터를 보며 미소지었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서지은이었다.
"언니...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서지은의 목소리가 떨렸다.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는 척하지 마세요! 어제 자선행사에서 준호 오빠를 만났다는 걸 알아요!"
소라는 잠시 침묵했다가 차갑게 대답했다. "서지은 씨, 거짓말을 하면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이에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아직 시작에 불과해요."
전화를 끊자마자 또 다른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에는 민혁이었다.
"소라야!" 민혁의 목소리는 분노로 가득했다.
"왜? 무슨 일이야?" 소라는 천진난만하게 대답했다.
"네가... 네가 한 짓이지?" "무슨 소리야? 나보고 뭘 했다는 거야?"
"최준호 부사장님을 만난 게 너라고! 지은이가 봤대!"
소라는 피식 웃었다. "아, 그래? 그럼 뭐가 문제인데? 나는 그저 자선행사에서 우연히 만난 거고, 부사장님이 궁금해하시는 걸 알려드렸을 뿐인데..."
"소라야... 제발..." 민혁의 목소리가 달라졌다. "우리 그때는 어렸잖아... 실수도 할 수 있는 거고..."
"실수?" 소라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배신을 실수라고 하는 거야?"
"그건..."
"걱정 마. 이제 시작이야. 네가 얼마나 '실수'를 많이 저질렀는지... 다들 알게 될 거야."
전화를 끊은 소라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도시의 풍경이 평소와 다르게 보였다. 마치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것 같았다.
그때 김비서가 급하게 들어왔다. "팀장님!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이에요?" "신성IT 주가가 폭락하고 있답니다. 최준호 부사장님이 강이사님의 비리 의혹도 같이 제기하셨다고..."
소라는 노트북을 열어 주식 시세를 확인했다. 신성IT의 주가는 순식간에 15% 가까이 하락했다.
'드디어 시작되는구나...'
점심시간, 소라는 회사 근처 레스토랑에서 최준호를 다시 만났다.
"변호사님 덕분에 많은 것을 알게 됐습니다." 최준호가 와인을 따르며 말했다.
"과찬이십니다."
"강민혁이라는 자의 비리... 제가 직접 조사해보니 심각하더군요."
소라는 우아하게 미소지었다. "아, 그런가요?"
"특히 이사 승진 과정에서의 문제... 이건 검찰에 고발해야 할 사안인 것 같습니다만."
"부사장님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 소라는 다시 서지은에게서 온 문자를 확인했다.
[언니... 우리 만나서 얘기 좀 해요. 제발...]
소라는 답장을 보냈다. [좋아요. 오늘 저녁은 어떠세요?]
저녁, 한강이 보이는 카페에서 두 여자가 마주 앉았다.
"이제 어쩌실 건가요?" 소라가 물었다.
서지은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저... 모든 걸 인정할게요. 기자회견을 열어서... 다 밝히려고 해요."
"그래요?" 소라의 눈이 빛났다. "현명한 선택이네요."
카페 밖으로 석양이 지고 있었다. 소라의 복수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고, 민혁의 완벽한 성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핸드폰에 또 다른 뉴스 알림이 떴다.
[긴급] 신성IT 강민혁 이사 사퇴 압박... 이사회 긴급소집
소라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직 끝이 아니었다.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