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가운데 서지은이 단상에 섰다. 그녀의 얼굴은 핀 것처럼 창백했다.
소라는 기자회견장 맨 뒷자리에 조용히 앉아있었다. 검은색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채, 그녀는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먼저... 이런 자리를 마련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서지은의 목소리가 떨렸다.
"저는 오늘... 제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 고백하려 합니다."
기자들의 펜이 바쁘게 움직였다.
"3년 전, 제가 최준호 부사장님과 결혼했을 당시... 저는 이미 강민혁 이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순간 회견장이 술렁였다.
"위자료를 받아내기 위해... 저희는 치밀한 계획을 세웠고, 그 과정에서 최부사장님의 신뢰를 배신했습니다."
소라는 미소를 지었다. 서지은이 그녀의 각본대로 정확히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강민혁 이사의 이사 승진 과정에서 있었던 비리에 대해서도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회견장 뒤쪽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민혁이 회견장으로 뛰어들어온 것이다.
"지은아! 하지마!" 민혁이 소리쳤다.
서지은은 잠시 흔들리는 듯했지만, 소라와 눈이 마주치자 다시 힘을 냈다.
"강이사님은 전임 이사님을 몰아내기 위해 허위 증거를 조작했고, 저는 이를 알고도 침묵했습니다."
"지은아!" 민혁이 단상으로 뛰어오려 했지만, 경호원들이 그를 저지했다.
소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회견장을 빠져나왔다. 그녀의 할 일은 끝났다.
사무실로 돌아온 소라는 TV를 켰다. 모든 뉴스 채널이 서지은의 기자회견을 속보로 전하고 있었다.
[속보] 신성IT 강민혁 이사 승진 비리 의혹... 약혼녀 폭로 [단독] "모든 게 계획된 일이었다"... 충격적 실체 드러나
그때 사무실 문이 벌컥 열렸다. 민혁이었다.
"이게 다 네가 계획한 거지?" 그의 눈은 충혈되어 있었다.
"무슨 소리야?" 소라는 평온하게 대답했다. "서지은 씨가 자발적으로 한 고백이잖아."
"소라야... 네가 이러려고 그동안..."
"뭐가 잘못됐어?" 소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그저 진실이 밝혀지길 바랐을 뿐이야."
"이제 만족하니? 내 인생을 이렇게 망쳐놓고?"
소라는 차갑게 웃었다. "망친 건 네 자신이야, 민혁아. 넌 늘 그랬잖아. 네 욕심을 위해서라면 누구든 배신하고, 어떤 거짓말도 서슴지 않았지."
"그래... 내가 잘못했어. 이제 됐니?" 민혁의 목소리가 떨렸다.
"아니, 아직 멀었어." 소라가 서류 하나를 꺼냈다. "이건 네가 회삿돈을 횡령한 증거야. 검찰에 제출하기 직전인데..."
민혁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소라야... 제발..."
"늦었어." 소라는 차갑게 말했다. "넌 이제 끝났어, 강민혁."
사무실 창밖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오늘의 모든 일을 씻어내리려는 듯이.
민혁은 힘없이 사무실을 나갔고, 소라는 창가에 서서 빗방울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복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핸드폰이 울렸다. 최준호였다. "변호사님,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습니다."
"네, 잘 하셨습니다." 소라는 미소를 지었다.
이제 곧 폭풍이 몰아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