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폐허의 왕

9화: 폐허의 왕

검찰 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일주일째. 신성IT 본사 앞은 취재 기자들로 북적였다. 소라는 사무실에서 뉴스를 보며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단독] 강민혁 전 이사, 50억 규모 회삿돈 횡령 정황 포착 [속보] 검찰, 신성IT 본사 압수수색... 강민혁 소환 임박

"팀장님." 김비서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 "서지은 씨가 찾아오셨습니다."

소라는 잠시 놀란 듯했지만, 이내 평온한 표정을 되찾았다. "들어오시라고 하세요."

서지은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늘 단정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피곤에 절은 얼굴이었다.

"언니... 민혁 오빠가 사라졌어요."

소라는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무슨 뜻이에요?"

"어제부터 연락이 안 돼요. 집에도 없고... 다들 찾고 있는데..." 서지은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때 소라의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박과장이었다.

"변호사님, 강이사님이 방금 제주도에서 발견됐습니다." "제주도요?" "네, 공항에서 중국행 비행기를 타려다가 저희가 먼저 찾았습니다."

소라는 서지은을 바라보았다. "걱정 마세요. 찾았대요."

그날 저녁, 소라는 제주도행 비행기에 올랐다. 도망가려던 민혁을 붙잡은 건 그녀의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직접 만나볼 필요가 있었다.

제주 경찰서. 민혁은 임시 보호실에 앉아있었다. 한때 당당하던 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도망가려고?" 소라가 차갑게 물었다.

민혁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제 됐니? 내가 이렇게 될 때까지 봐야 만족하니?"

"아직." 소라는 의자에 앉았다. "네가 진심으로 후회할 때까지... 이건 끝나지 않을 거야."

"난 이미 모든 걸 잃었어. 회사도, 지은이도..."

"그래서 도망가려고 했어?" 소라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3년 전처럼?"

민혁은 한숨을 쉬었다. "미안해..."

"미안하다고?" 소라가 비웃었다. "그 말을 지금 하는 거야?"

"그때... 난 어리석했어. 너무 앞만 보고 달렸고..."

"그래, 앞만 봤지. 내 마음은 전혀 보지 않았어." 소라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난 널 믿었어. 전부였어..."

침묵이 흘렀다. 밖에서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제 어쩌려고?" 민혁이 물었다.

"검찰에 모든 증거를 넘겼어. 네가 저지른 모든 비리... 횡령... 다."

"평생 감옥에 있으라고?"

"그건 네가 선택한 거야." 소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그저 진실을 밝혔을 뿐이야."

돌아서려는 소라를 민혁이 붙잡았다. "잠깐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소라는 발걸음을 멈췄다.

"널 사랑했어. 그건... 진심이었어."

소라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더 아팠어."

경찰서를 나서는 소라의 발걸음이 무거웠다. 비가 그녀의 얼굴을 적셨다. 눈물인지 빗물인지 모를 물방울이 뺨을 타고 흘렀다.

핸드폰이 울렸다. 검찰청 번호였다. "네, 윤소라입니다."

"변호사님, 내일 정식으로 강민혁 피의자 소환조사가 있습니다. 참고인 진술도 부탁드립니다."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소라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마침내 모든 것이 끝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왜 이렇게 마음이 무거운 걸까.

10화: 정의의 시간

10화: 정의의 시간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 수많은 취재진들이 몰려든 가운데, 강민혁이 소환조사를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 한때 당당하던 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