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나온 두 사람은 가벼운 산책을 했다.
봄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왔다.
지영이 문득 물었다.
“근데 지훈 씨는 연애 스타일이 어때요?”
지훈은 잠시 고민하더니 답했다.
“음… 저는 천천히 알아가면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는 걸 좋아해요.”
지영은 반색하며 말했다.
“완전 자만추 스타일이네요!”
지훈이 웃으며 되물었다.
“그럼 지영 씨는요?”
지영은 당당하게 답했다.
“전 철저한 자만추 신봉자예요! 자연스럽게 만나야 운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지훈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럼 우리도 운명처럼 만난 걸까요?”
지영은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 글쎄요. 시간이 지나면 알겠죠?”
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천천히 알아가요.”
‘이거, 진짜 운명인가 봐…’
지영은 혼자서 들뜬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며,
함께 걸어가는 지훈의 옆모습을 몰래 바라보았다.
설레는 첫 데이트는, 그렇게 끝나가고 있었다.
첫 데이트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지영은 계속해서 핸드폰을 확인했다.
혹시나 지훈에게서 온 메시지가 있을까 싶어서.
하지만 애써 태연한 척,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게 중요하다고 되뇌었다.
세연: 그래서, 어땠어? 대박이야? 설렜어? 말해봐!!!
지영: 응… 그냥 뭐… 나쁘지 않았어.
세연: 야 나한테 거짓말하지 마. 이모티콘 개수 봐도 설레 죽는 거 티 나거든?
지영: …미쳤어 어떡해 ㅠㅠㅠㅠㅠㅠㅠㅠ 야 왔다!!!!
그렇게 한참 친구와 수다를 떨던 중, 지훈에게 메시지가 도착했다.
강지훈: 잘 들어갔어요? 오늘 즐거웠어요.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지영: 네! 저도 너무 즐거웠어요.
답장을 보내고 나서 괜히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너무 빠르게 답한 건가? 조금 뜸 들일 걸 그랬나?
하지만 지훈의 답장은 바로 도착했다.
강지훈: 다행이네요. 그럼 다음에는 어디 가고 싶어요?
‘다음에도…?’
그 한 줄의 문장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건 단순한 첫 만남이 아니라,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거였다.
지영은 침대 위를 뒹굴며 입꼬리를 감추지 못했다.
며칠 후, 지훈과 두 번째 만남이 잡혔다.
이번에는 특별한 계획 없이, 동네에서 가볍게 만나기로 했다.
'오늘은 그냥 커피 한 잔하면서 걸을까요?'
지훈이 그렇게 제안했고, 지영은 흔쾌히 수락했다.
뭔가 거창한 일정 없이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만남이 오히려 좋았다.
카페에서 커피를 산 후, 두 사람은 동네 공원을 천천히 걸었다.
“요즘은 어떤 작업 하세요?”
지훈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대답했다.
“새로운 웹툰 기획하고 있어요. 연애 이야기인데,
지영씨 가치관을 담아 자만추 스타일로 풀어볼까 생각 중이에요.”
지영의 눈이 반짝였다.
“와! 완전 기대돼요. 혹시 제가 조언해도 되나요?”
지훈이 미소를 지었다.
“그럼요. 자만추 전문가시잖아요.”
그렇게 이야기가 이어졌다.
지훈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지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지영 씨한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요.'
지영은 놀란 눈으로 지훈을 쳐다보았다. '
네? 저한테요? 뭔데요?'
지훈은 살짝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웹툰 기획하면서 여자 주인공 캐릭터 설정이 좀 막혔는데,
지영 씨 의견을 들어보고 싶어요. 자만추 전문이시잖아요.'
지영은 입을 살짝 벌렸다가 이내 씩 웃었다.
'어머, 제가 작가님 작품에 기여를 할 수 있는 건가요? 완전 영광인데요?'
지훈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같이 캐릭터 설정 좀 도와주세요. 여자 주인공이 자연스러운 만남을 신봉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아서 갈등하는 설정이에요.'
지영은 순간 자신과 겹쳐지는 캐릭터 설정에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어쩐지… 익숙한 설정이네요. 좋아요, 제대로 도와드릴게요!'
웹툰 스토리 구상부터, 캐릭터 설정까지. 지영은 점점 더 지훈과 편해지는 자신을 느꼈다.
하루하루 서로에 대해 조금씩 더 알아가는 시간.
지훈과 함께하는 시간이 즐겁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지영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것이 바로 자연스러운 만남의 힘인가?’
지영은 지훈을 슬쩍 바라보며 혼자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