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계획된 만남은 모두 실패했다

3화: 계획된 만남은 모두 실패했다

송지영은 결심했다.

“좋아, 이번엔 진짜다. 이 정도 노력했으면 뭔가 하나는 걸려야지.”

올해 세 번째 소개팅이었다.

마침 친구가 괜찮은 남자를 소개해 준다고 해서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어? 우리 예전에 한 번 본 적 있지 않아요?”

지영은 눈을 가늘게 뜨고 상대를 쳐다보았다.

어딘가 익숙한 얼굴이었다. 그리고 바로 떠올랐다.

‘아, 최악의 소개팅 상대!’

이 남자는 예전에 소개팅을 했을 때

첫 마디부터

“저는 여자친구가 있어도 결혼할 때까지는 자유롭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라고 선언했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지영은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그때 그 말, 아직도 유효한가요?”

그 남자는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사람은 자유로워야 하니까요.”

‘이건 아니다.’

지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여긴 제가 계산합니다.”

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바로 핸드폰을 꺼내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너 지금 장난해? 너 어떻게 그 남자를 또 소개해줄 수가 있어?!"

친구는 당황한 듯 헛기침을 했다.

"어? 누구?"

"누구긴 누구야! 예전에 나한테 헛소리했던 그 남자잖아!

여자친구가 있어도 자유롭게 살아야 한다는!"

"아… 미안해… 내가 기억을 못 했어. 내가 요즘 정신이 없어서… 진짜 미안해, 지영아."

지영은 한숨을 쉬며 이맛살을 찌푸렸다.

"다음부터는 제발 확실하게 좀 확인하고 소개해 줘!

이럴 거면 내가 그냥 데이팅 앱에서 찾는 게 낫겠다."

"진짜 미안해. 내가 오늘 커피 살게. 기분 좀 풀어."

"진짜 너 너무한 거 아니야? 대충 기억도 못 하고 사람을 소개해주는 게 어딨어!"

친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나도 미안하다고 했잖아…”

"아니, 그런 걸 떠나서 최소한 기본적인 성향이라도 맞춰줘야지!

난 자유연애론자가 아니라니까!"

"알았어, 알았어. 내가 앞으로 소개팅 주선할 때 더 신중하게 할게.

대신 이번 주말에 나랑 같이 나가서 분위기 좀 바꿔보는 건 어때?"

"뭐? 주말에? 어디 가는데?"

"우리 동호회에서 등산 가는데, 멤버들 중에 괜찮은 사람 많아.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인연을 찾는 거지. 네가 말하는 진짜 자만추."

“아니야. 아직 아빠 또래는 만날 준비가 안됐어. 그냥 내가 알아서 할게."

지영은 통화를 마치고 씁쓸하게 웃었다.

다음 시도는 원데이 클래스였다.

‘이건 좀 다르겠지?’라고 기대하며 수업을 들으러 갔다.

거기서 한 남자가 다정하게 인사를 건넸다.

“반갑습니다. 같이 수업 듣게 되어 좋네요.”

외모도 괜찮고, 매너도 좋아 보였다. 하지만…

“아, 사실은요. 저 유부남인데,

와이프 몰래 이렇게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게 취미예요.”

지영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아, 와이프 번호 좀 알려주시겠어요?”

‘대체 왜 이런 사람들만 만나는 거야?!’

그 다음 시도는 독서 모임이었다.

지적인 대화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좋은 사람을 만날 기회를 노렸다. 하지만 현실은…

“자, 이제 ‘실존주의와 현대 철학’에 대해 토론해 보겠습니다.”

그렇게 두 시간이 지나고 지영은 정신을 차려보니 한 마디도 못한 채 토론장을 빠져나왔다.

남자와 대화할 기회조차 없었다.

그녀의 자만추 신념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친구들에게 하소연하자, 친구들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냥 네가 만든 환경 속에서 연애를 하면 되지, 자만추 타령 좀 그만해.”

“아니야. 그래도 나는 자연스럽게 만나고 싶다고!”

하지만 그 순간,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고 뜻밖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지영 씨, 안녕하세요. 지난번에 헬스장에서 번호 물어봤던 사람입니다.

혹시 시간 괜찮으시면 같이 커피 한잔하실래요?”

자연스럽게 흘러간 듯한 메시지. 그녀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스타일이 아니지만 친절해서 번호를 준 남자한테도 온 연락이었다.

‘이게… 혹시 진짜 자만추일까?’

4화: 현실을 받아들이기 싫어!

4화: 현실을 받아들이기 싫어!

그녀는 핸드폰을 들고 잠시 망설였다. 지금까지 실패한 무수한 시도들, 어이없는 상황. 하지만 이번엔 달라 보였다. 헬스장에서 몇 번 마주쳤던 사람.

"난 사실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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