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설렘과 혼란 사이

8화: 설렘과 혼란 사이

그런데 그 순간—

“엇, 안녕하세요. 또 뵙네요.”

그 남자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지영은 얼어붙었다가 황급히 반응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속으로 ‘뭐야, 뭐야, 먼저 인사를 했어!’라며 기뻐하는데,

그 남자의 옆에 있던 여성이 말했다.

“난 먼저 나가 있을게. 커피 받아서 나와.”

여성은 자연스럽게 나갔고,

지영은 안도하면서도 신경이 쓰였다.

‘저 사람이 누군지 물어볼까? 아니다, 너무 티 날까?’

그 남자는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지영을 바라보았다.

“자주 마주치니까 뭔가 반갑네요.”

지영은 활짝 웃으며 대꾸했다.

“그러게요. 이 동네 살기 좋죠?”

“네. 동네가 꽤 괜찮은 것 같아요.”

“아, 얼마 전에 이사 오셨다고 하셨는데 제가 이 동네 토박이라서

모르는 거 있으면 다 저한테 물어보세요!”

“네, 그럴게요. 감사합니다. 저는 아직 잘 모르는 가게도 많고 해서, 적응 중이에요.”

“테이크 아웃, 아메리카노, 2잔 나왔습니다.”

그렇게 짧은 대화를 나눈 후, 남자는 커피를 받아 들고 일어섰다.

“그럼 다음에 또 봬요.”

그 한마디가 지영의 심장을 세차게 두드렸다.

‘어떡해, 너무 설레!’

하지만 동시에 그녀의 머릿속에는 옆에 있던 여자의 존재가 떠올랐다. ‘

대체 누구야? 여자친구야? 아님 가족? 친구?’

그날 밤, 지영은 침대에 누워서도 이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

그냥 물어볼 걸 그랬나? 아니, 너무 오바인가…’

그러다 결국, 결심했다.

‘다음에 보면 꼭 물어봐야지.’

그리고, 예상보다 빨리 기회가 찾아왔다.

며칠 후, 지영은 동네 길을 걷다가 멀리서 익숙한 실루엣을 발견했다.

‘저기 있다!’

주변도 보지 않고, 지훈을 향해 빠르게 걸어갔다.

그는 편의점에서 무언가를 사고 나오는 중이었다.

“저기요!”

그가 고개를 들었다.

“네?”

“저…저희 통성명도 못 했잖아요! 저는 송지영입니다.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그는 잠시 놀란 듯하더니 미소를 지었다.

“아, 저는 강지훈입니다, 지영 씨.”

‘강지훈…!’

‘지영 씨 라고 했다…’

드디어 이름을 알게 된 기쁨도 잠시, 지영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혹시… 여자친구 있으신가요?”

강지훈은 예상치 못한 질문에 순간 당황한 듯했다.

“네?”

지영은 얼굴이 뜨거워지는 걸 느끼며 황급히 덧붙였다.

“아, 저번에 그 카페에서 같이 계셨던 여자분이요! 혹시…”

강지훈은 그제야 상황을 이해한 듯 피식 웃었다.

“아, 누나요?”

“네? 누나요?”

“네, 친누나.”

지영은 그 순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안도감을 느꼈다.

‘됐다. 송지영. 이제 됐어. 이제 인생이 풀리기 시작하나보다’

“그리고…”

강지훈이 장난스럽게 말을 이었다.

“저 여자친구 없어요. 지영 씨는요?”

지영은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뭐야, 이 흐름 뭐야!’

어떻게든 침착한 척하려 했지만, 목소리는 들떠 있었다.

“저, 저도 없어요! 그래서 말인데요…”

지영은 심호흡을 한 뒤, 용기 내어 말했다.

“저랑 주말에 전시회나 맛집이나… 뭐든 하실래요?”

강지훈은 순간 놀란 듯했지만, 곧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죠.”

지영의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다.

‘이거 꿈 아니지…?!’

그녀의 자만추 인생이, 드디어 빛을 보기 시작하는 듯했다.

그날 밤 지영은 침대에 누워 검색창에 '첫 데이트 추천 코스',

'서울 감성 맛집', '잘생긴 남자들이 좋아하는 데이트 장소'까지 검색하며

플랜을 세웠다.

하지만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머리는 더 복잡해졌다.

“아 모르겠다!!! 그냥 즉흥적으로 하자!!!”

지영은 늦은 밤 소리쳤다.

그 순간 지영의 어머니가 방문을 열었다.

“진짜 이 기집애가 지금 몇 신데 소리를 질러 빨리 안 자 증말!!!!!”

“예. 죄송합니다. 어머니.”

그녀는 그렇게 대답하고 나서도,

또다시 새로운 코스를 검색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렇게 지영의 밤은 그렇게 끝없이 이어졌다.

9화: 첫 데이트, 두근거리는 시작

9화: 첫 데이트, 두근거리는 시작

토요일 아침, 지영은 새벽까지 핸드폰을 붙잡고 고민한 결과를 정리했다. [오만 년 만에 찾아온 기적, 송지영의 데이트 계획] 전시회 → 근처 맛집

"난 사실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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