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에게 붉은 고기 배달…?’
윤지안은 어이가 없었다. 방금 전까지 도깨비한테 떡을 배달한 것도 충격이었는데, 이번에는 구미호?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하지만 앱에는 여전히 **‘취소 불가’**라는 무자비한 문구가 떠 있었다. 거부할 수 없다면… 갈 수밖에 없지.
“하… 망할.”
한숨을 내쉬며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었다. 이번 배달지는 도심이 아닌 외곽의 깊은 산속. 평소라면 절대 가고 싶지 않은 곳이지만, 이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울창한 나무가 우거진 깊은 숲속이었다. 어두컴컴한 나무들 사이로 싸늘한 기운이 스며나왔다.
‘이건 그냥 귀신 나오는 분위기잖아….’
불길함을 애써 무시하며 배달 가방을 열었다. 빨갛게 피가 묻어있는 생고기가 들어있었다. 분명 인간이 먹는 고기는 아니겠지.
그때였다.
“늦었네?”
등 뒤에서 들려온 나른한 목소리. 지안은 몸이 굳어졌다. 천천히 돌아보자, 환한 달빛 아래 선명하게 드러난 긴 은발의 여자.
‘…너무 예쁘다.’
그녀는 사람이 아닌 듯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하지만 시선을 내리자 보이는 날카로운 손톱과 붉게 빛나는 눈.
‘구미호다….’
지안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고기를 건넸다. 구미호는 미소를 지으며 그것을 받아 들었다.
“맛있겠네.”
순간, 그녀의 눈이 더욱 붉어지며 입가에 길고 날카로운 이빨이 드러났다.
‘도망쳐야 해…!’
지안은 본능적으로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앱에서 다시 알림이 울렸다.
[퀘스트 실패 시, 패널티 부여]
패널티? 뭔지는 모르지만, 뭔가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배, 배달 완료했으니까 전 이제 가볼게요!”
그러자 구미호가 흥미롭다는 듯 지안을 바라보았다.
“겁이 많군. 재미있는 배달부야.”
그녀는 천천히 고기를 베어 물었다. 그리고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배달 퀘스트 완료!]
지안의 눈앞에 다시 떠오른 투명한 알림창.
『보상 지급: 경험치 +100, 레벨 2 달성』
‘레벨… 2?’
그러자 갑자기 몸이 가벼워졌다. 배달 오토바이의 속도도 조금 빨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거… 게임이야 뭐야?’
하지만 이제 알았다. 이 배달은 단순한 아르바이트가 아니라는 걸.
지안이 돌아서려는 순간, 구미호가 입꼬리를 올리며 던졌다.
“다음 배달도 기대할게.”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