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완료] – 금기의 물건 보호 및 탈출』
윤지안은 손에 땀을 쥐고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선택지가 화면에서 사라지는 순간, 검게 빛나는 상자가 강한 기운을 내뿜으며 격렬하게 흔들렸다.
“이걸 지켜야 해!”
저승 배달부가 외쳤다. 그러나 로브를 입은 존재들은 상자를 빼앗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공간이 일그러지며 바닥에서 검은 손들이 솟아올랐다. 지안은 본능적으로 상자를 안고 뒷걸음질 쳤다.
『[긴급 퀘스트] 금기의 물건을 지키고 저승에서 탈출하라.』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요?”
“이겨야 한다. 이걸 넘기면, 세상이 무너질 수도 있어.”
그 말에 지안은 결의를 다졌다. 그녀는 앱을 열어 빠른 길을 찾으려 했지만, 시스템이 막혀 있었다.
“빠져나갈 길이 없어…!”
그러나 저승 배달부는 침착했다. 그는 지안을 향해 외쳤다.
“네가 가진 ‘망자의 동전’을 사용해!”
지안은 순간적으로 주머니를 뒤적였다. 그녀가 염라대왕에게 받았던 ‘망자의 동전’. 앱에서도 아이템 목록에 빛나고 있었다.
『[아이템 사용] 망자의 동전 – 한 번의 생사 결정을 내릴 수 있음.』
“이걸 쓰면…?”
“지금 고민할 때가 아니야!”
지안은 이를 악물고 동전을 힘껏 던졌다. 동전이 공중을 가르며 붉은빛을 내뿜었고, 순간 공간 전체가 흔들렸다.
로브를 입은 존재들이 비명을 지르며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바닥에서 솟아난 검은 손들도 연기처럼 사라져갔다.
그리고, 상자가 조용해졌다.
저승 배달부가 지안을 붙잡고 말했다.
“지금이야! 나가자!”
지안은 그를 따라 전력 질주했다. 공간이 일그러지며 뒤쪽에서 검은 안개가 쫓아왔지만, 그녀는 죽을힘을 다해 달렸다.
문이 보였다. 어딘가에서 신비로운 빛이 비춰졌고, 순간적으로 공간이 뒤틀리며 강한 바람이 몰아쳤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지안은 자신의 방에 서 있었다.
“…돌아온 거야?”
그녀는 믿기지 않는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평소와 다름없는 방, 익숙한 공기. 하지만 손에는 여전히 검은 상자가 남아 있었다.
『[퀘스트 완료] 금기의 물건 보호 및 탈출 성공』
“하아…”
지안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손에 든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배달 시스템 종료]』
그녀의 화면에서, 배달 앱이 사라졌다.
“이제… 끝난 거야.”
그녀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익숙한 도시의 불빛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러나 이윽고 그녀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책상 위에 놓인 검은 상자가… 희미하게 빛나고 있다는 것을.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