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진우와 혜주는 여느 때처럼 오두막에 모였다.
하지만 오두막에 도착한 순간, 둘은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문이 살짝 열려 있었고, 안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진우야, 우리 외계인이라도 만난 거 아닐까?"
혜주가 장난스럽게 속삭였지만, 얼굴엔 약간의 긴장감이 맴돌았다.
"조용히 해. 혹시 도둑일 수도 있잖아."
진우는 손가락을 입에 대며 경계했다.
둘은 조심스럽게 오두막으로 다가갔다. 문틈 사이로 안을 들여다보니,
정체는 다름 아닌 동네의 말썽쟁이 형제들이었다.
동네 아이들 사이에서 '악동 형제'로 통하는 그들은 진우와 혜주의 비밀기지 안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야! 너희 뭐 하는 거야!"
진우가 문을 열며 소리쳤다.
깜짝 놀란 형제들은 뒤돌아봤다. 형인 민수는 주먹을 꽉 쥐고 있었고, 동생인 민호는 서툴게 숨긴 노트를 들고 있었다. 혜주가 노트를 보자마자 소리쳤다.
"그거 내 노트잖아! 빨리 돌려줘!"
민수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우연히 지나가다 발견했어. 여기가 너희 비밀기지였구나?"
"우리가 비밀기지를 공개했다고 한 적 없어. 어서 나가!"
진우가 한 발짝 앞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민수는 뻔뻔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런 곳이 있으면 우리도 써야지. 우리도 여기서 놀고 싶다!"
"절대 안 돼!"
혜주가 단호하게 외쳤다.
"여긴 우리만의 장소야."
민수는 여전히 장난스러운 태도로 말했다.
"그럼 우리랑 뭔가 게임을 해서 이기면 인정해 줄게.
아니면 이 장소는 우리도 쓰는 걸로."
진우와 혜주는 잠시 서로를 바라봤다. 진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좋아. 뭐로 승부를 볼 건데?"
민수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강 건너기 게임 어때? 누가 가장 빨리 강 건너 반대편 바위에 도착하는지 겨뤄보자."
아이들은 강가로 나갔다. 강은 그리 넓지 않았지만, 물살이 제법 빨랐다.
진우와 민수는 강 양쪽 끝에 서서 출발 신호를 기다렸다.
"준비... 시작!"
혜주의 신호와 함께 두 아이는 강으로 뛰어들었다.
민수는 빠르게 헤엄치며 앞서 나갔고, 진우는 잠시 뒤처졌다.
하지만 진우는 차분히 물살을 이용하며 힘을 아꼈다.
강의 중간쯤, 민수가 발이 미끄러지며 중심을 잃었다.
그 틈을 타 진우는 빠르게 속도를 내며 반대편 바위에 먼저 도착했다.
"진우 승리!"
혜주가 환호성을 질렀다.
민수는 기진맥진한 얼굴로 강에서 올라오며 투덜댔다.
"뭐야, 네가 이렇게 수영 잘하는 줄 몰랐어."
"약속은 지켜야지."
진우가 단호하게 말했다.
민수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았어. 이 오두막은 너희 거다."
아이들은 다시 오두막으로 돌아왔다.
민수와 민호는 그제야 자신들이 오두막을 침범했던 일을 사과했다.
"미안해. 다음엔 허락 받고 올게."
민호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진우와 혜주는 그제야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우린 누구랑도 사이좋게 지낼 준비가 돼 있어.
단, 우리가 여기서 하는 활동은 비밀이야!"
민수와 민호가 떠난 후, 진우와 혜주는 다시 오두막을 정리하며 평화를 되찾았다.
오두막 안은 여전히 그들만의 특별한 공간으로 남아 있었다.
"우리 비밀기지를 지켰다!" 혜주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여긴 언제나 우리만의 여름 별장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