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 너를 위해서라면

10화 – 너를 위해서라면

어둠 속으로 몸을 던진 카일란과 레온은 숨을 죽인 채 달리고 있었다. 왕국의 후문을 빠져나온 그들은 남쪽 숲을 향해 말을 몰았다. 달빛 아래에서 바람이 세차게 불어왔고, 주변은 적막하기만 했다. 그러나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았다.

“라그나가 시간을 벌어줄 거야.”

카일란이 낮게 말했다. 그의 손에 쥔 검은 아직 따뜻한 피가 묻어 있었다. 그는 이 싸움이 끝나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다.

레온은 그의 옆에서 빠르게 말을 몰며 입을 열었다. “우린 어디로 가야 하지?”

카일란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국경을 넘는다.”

“국경을?” 레온이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너… 다시는 왕국으로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몰라.”

카일란은 짧게 숨을 들이마셨다. “알고 있어.”

레온의 가슴이 죄어왔다. 그는 이 선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카일란은 왕국의 기사였다. 그의 충성은 평생을 바쳐 지켜온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그 모든 것을 버리고 있었다.

레온은 말고삐를 꼭 쥐었다. “너… 나 때문에.”

카일란은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은 대답이 필요 없다는 듯 단단하고도 흔들림 없었다.

“너를 위해서라면.”

그 한마디가 바람 속으로 흩어졌다.


숲 속으로 들어서자 그들은 말을 멈추고 잠시 숨을 돌렸다. 카일란은 주위를 살피며 숨을 골랐다.

“곧 추격대가 따라올 거야. 서두르자.”

레온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의 눈빛은 복잡했다. “이대로 계속 도망쳐야 하는 걸까?”

카일란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건 단순한 도망이 아니야, 레온. 우리가 살아남아야 한다면, 더 강해져야 해.”

레온은 잠시 그의 말을 되새겼다. 그들은 더 이상 단순한 기사와 가이드가 아니었다. 이제 그들은 왕국 전체와 맞서 싸워야 하는 존재가 되었다.

“우리가 돌아갈 날이 있을까?”

카일란은 짧은 침묵 끝에 단호하게 말했다. “언젠가. 그리고 그날이 오면, 우리가 직접 왕국의 운명을 결정할 거야.”

그 순간,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추격대야.”

카일란은 빠르게 검을 꺼내 들었다. 레온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는 선택해야 했다. 언제나 수동적인 존재였던 자신이 아니라, 이제는 함께 싸워야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걸.

그는 결심했다. 그리고 카일란을 바라보았다.

“함께 싸우자.”

카일란은 짧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의 곁에서 검을 높이 들었다.

“그럼 끝까지 가보자.”

그들의 모습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들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왕국의 운명을 바꿀 그날을 기약하며, 그들은 새로운 길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운명이 다시 한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상한 나라의 기사"" 에피소드

더 많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