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온이 손을 거두자, 카일란은 깊은 숨을 내쉬었다. 감각적 유대가 풀린 순간,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소리와 냄새, 감촉이 점차 옅어졌다.
하지만 여운이 남았다.
카일란은 손을 들어 자신의 이마를 쓸어내렸다. 가슴 깊숙이 묘한 감각이 남아 있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편안함과, 동시에 형언할 수 없는 허전함이 뒤섞여 있었다.
“네가 날 이렇게 안정시킬 수 있다는 걸 왜 지금까지 말하지 않았지?”
카일란이 낮게 중얼거렸다.
레온은 한 발짝 물러나며 조용히 입술을 굳혔다. 그의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
“그럴 수 없었으니까.”
카일란은 눈살을 찌푸렸다.
“네 능력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도 알잖아.” 레온은 침착한 목소리로 답했다. “황제의 가이드는 그 누구의 것이 되어선 안 돼. 감각적 유대를 맺는다는 건… 네 감각이 나에게 의존하게 된다는 뜻이야.”
카일란은 무언가 반박하려 했지만, 레온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왕국에서 유일한 가이드, 황제의 가이드. 그는 누구와도 유대를 맺어서는 안 되는 존재였다. 오직 황제를 위해, 황제를 지키기 위해 존재해야 했다.
하지만 카일란은 지금 그 가이드와 감각적으로 연결되었다.
지금 이 순간, 그의 감각은 레온을 찾고 있었다.
카일란은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다가갔다. 레온은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내가 계속 널 필요로 하게 되면?”
그의 목소리는 거칠었다. 감각이 안정된 지금조차도, 그는 다시 그 감촉을 갈망하고 있었다.
레온은 짧은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
“그러면 안 돼.”
카일란은 손을 들어 레온의 턱을 붙잡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얽혔다.
“네가 원한다고 해서 내가 멈출 수 있을 것 같아?”
레온의 손끝이 움찔했다. 그러나 그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대신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가 이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면, 감당해야 할 것들이 많을 거야.”
“…예를 들면?”
레온은 눈을 가늘게 떴다.
“황제가 알아차린다면, 넌 나를 죽이라는 명령을 받을 수도 있어.”
카일란은 한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레온의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황제는 절대적인 존재였다. 그의 명령에 반하는 것은 곧 반역이었다.
그러나 카일란은 이미 알고 있었다.
자신이 다시 한 번 감각이 무너질 때, 이 남자만이 유일하게 그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을.
“…그럼 네가 먼저 도망치지 않으면 되겠군.”
카일란은 낮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그 말 속에는 이미 선택이 담겨 있었다.
그는 이제, 금기를 넘어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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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란은 천천히 손을 거두며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 창문 밖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이 그의 뺨을 스쳤다. 하지만 그의 피부에 닿는 감각은 이미 둔해져 있었다. 감각적 유대가 끝난 지금, 그의 몸은 다시 불안정한 상태로 돌아가고 있었다.
레온은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 창가에 선 채로 한숨을 내쉬었다.
“너를 안정시킬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나라는 사실이 싫어.”
“…나도 마찬가지야.”
카일란은 낮게 웃었다. 그것이 농담인지, 아니면 진심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레온을 필요로 하게 된다는 사실이 점점 두려워지고 있었다.
레온은 주먹을 가볍게 쥐었다 풀었다. 그가 여기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발걸음을 떼기 어려웠다. 감각적 유대가 남긴 흔적이 너무나도 선명했기 때문이다.
“이건 위험해.”
“…알고 있다.”
“이제라도 멈춰야 해.”
카일란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레온을 바라볼 뿐이었다. 침묵 속에서 그들의 감각이 미묘하게 얽혀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서로의 존재를 의식하고 있었다.
“네가 날 필요로 하지 않게 된다면 좋겠어.”
레온이 마지막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는 문을 열고 나갔다.
그러나 문이 닫히는 순간, 카일란은 깨달았다.
자신은 결코 레온을 놓을 수 없을 거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