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란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검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황제의 명령이 떨어진 순간, 병사들은 일제히 포위망을 좁혀왔다. 그들의 움직임은 신중했고, 한순간도 틈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알았다. 지금 이 자리에서 싸우는 것은 승산이 없다는 것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일란은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그는 레온을 지켜야 했다.
레온은 조용히 카일란의 옆에 섰다. 그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고, 표정에는 복잡한 감정이 서려 있었다. 황제의 시선은 여전히 차가웠다.
“카일란, 네 선택을 증명해 보아라.”
황제는 다시 한 번 명령을 내렸다. 병사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첫 번째 공격이 날아왔다. 카일란은 재빨리 몸을 틀어 피하면서 검을 휘둘렀다. 날카로운 금속 소리가 공중을 가르며 울렸다. 그는 빠르게 움직이며 병사들의 칼끝을 피했다. 그러나 숫자가 너무 많았다.
레온은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그는 싸울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가이드로서, 그는 전투보다는 감각을 안정시키는 능력을 가졌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없었다.
“카일란, 여기서 싸우면 안 돼.”
레온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카일란은 잠시 동요했다. 그러나 곧 결연한 표정으로 레온을 바라보았다.
“그럼 도망칠까?”
레온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이 말해주고 있었다.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고.
카일란은 이를 악물었다. 그는 병사들 사이를 뚫고 나가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검이 휘둘러지는 순간, 반격을 가하며 길을 만들었다.
“레온, 내 뒤에 붙어.”
레온은 망설이지 않고 카일란을 따라 움직였다. 병사들은 끊임없이 따라붙었지만, 카일란의 검은 정확했고 빠르게 적들을 밀어냈다.
그러나 이 전투가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지칠 것이고, 수적으로 밀리는 상황에서 승산이 없었다.
그러던 그때, 카일란은 회랑 너머에 있는 작은 비밀 통로를 발견했다. 그는 레온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로 간다.”
레온은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카일란과 함께 빠르게 움직였다. 병사들이 뒤를 쫓았지만, 좁은 복도에서 한 번에 따라붙을 수 있는 숫자는 제한적이었다.
그들은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 통로는 어두웠고 습기가 가득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들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뒤에서 들려오는 발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병사들이 그들을 쫓아오고 있었다. 카일란은 입술을 깨물었다.
‘시간이 필요하다.’
그는 갑자기 발을 멈추고 레온을 향해 돌아섰다.
“레온, 넌 계속 가.”
레온은 눈을 크게 떴다. “뭐라고?”
“내가 시간을 벌 테니, 너는 계속 가.”
“그럴 수 없어.” 레온은 단호하게 말했다. “너 혼자 남겨둘 수는 없어.”
카일란은 깊이 숨을 내쉬며 레온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단호했다.
“나를 믿어.”
레온은 주저했다. 하지만 카일란의 표정에서 그가 정말로 이 상황을 벗어나게 만들 의지가 있음을 읽었다. 결국,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하지만 무조건 따라와야 해.”
카일란은 미소를 지었다. “약속하지.”
레온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좁은 통로를 따라 빠르게 걸었다. 카일란은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다시 앞으로 돌아섰다.
그리고 병사들이 눈앞에 다가오는 순간, 그는 검을 높이 들었다.
“자, 상대해 보자.”
그의 붉은 눈동자가 날카롭게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