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 선택의 순간

7화 – 선택의 순간

카일란은 검을 높이 들고 한걸음 앞으로 나섰다. 붉은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도 빛을 발했다. 병사들은 일제히 긴장하며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끝까지 저항할 생각인가?”

황제의 냉정한 목소리가 궁전을 가로질렀다. 그의 시선은 싸늘했고, 주변 병사들은 그 명령을 기다리며 검을 단단히 쥐고 있었다.

카일란은 황제를 노려보았다. 그가 검을 쥐고 있는 한, 그 누구도 레온을 건드릴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선택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나는 기사입니다.” 카일란이 낮게 읊조렸다. “그리고 기사는 지켜야 할 존재를 버리지 않습니다.”

황제의 입술이 비웃듯이 비틀어졌다. “그 존재가 너를 파멸로 이끌더라도?”

“파멸이 아니더라도,” 카일란은 단호하게 말했다. “이 길을 택하겠습니다.”

황제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렇다면 죽어라.”

그 순간, 병사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카일란은 본능적으로 몸을 숙이며 검을 휘둘렀다. 날카로운 금속음이 울려 퍼졌고, 공격을 피한 그는 빠르게 반격을 시도했다. 검이 번뜩이며 병사들의 갑옷을 가르며 튕겨나갔다.

레온은 그저 이를 악물고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도망칠 수도 있었지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카일란!”

레온이 외쳤다. 그러나 카일란은 병사들의 포위망 안에서 이미 싸우고 있었다. 그의 움직임은 거침없었지만, 상대는 많았다. 설령 그가 최고의 기사라 하더라도, 숫자로 밀어붙이는 병사들에게서 살아남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황제는 여전히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눈빛은 흥미로움과 경멸이 섞여 있었다.

레온은 주먹을 꽉 쥐었다.

‘무언가 해야 한다.’

그는 결심했다. 단순한 가이드가 아니라, 카일란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이렇게 둬선 안 돼.”

레온은 황제를 노려보았다.

“폐하, 정말로 이 싸움을 계속하시겠습니까?”

황제는 흥미롭다는 듯이 고개를 기울였다. “네가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설득이 아니라,” 레온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이 싸움이 당신에게 득이 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말하는 겁니다.”

황제는 흥미롭게 눈썹을 올렸다.

“카일란은 왕국 최고의 기사입니다. 그를 죽인다면, 왕국은 큰 전력을 잃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네 놈을 살려둘 이유가 있을까?”

레온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는 단순한 말이 아니라,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저를 살려둔다면, 저는 카일란을 다스릴 수 있습니다.”

그 말에 황제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네가 나를 배신하지 않을 거라고 믿으란 말인가?”

레온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가이드와 센티넬은 서로를 필요로 합니다. 카일란이 저 없이는 감각을 유지할 수 없다는 건 폐하도 아실 겁니다.”

황제는 조용히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카일란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여전히 병사들과 싸우고 있었다. 피투성이가 되어가면서도, 그는 쓰러지지 않았다.

“…흥미롭군.”

황제는 조용히 손을 들어올렸다.

“멈춰라.”

병사들이 일제히 멈췄다. 카일란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거친 숨을 내쉬며 칼을 바닥에 찔러 넣었다. 그리고 황제를 노려보았다.

“네 가이드는 네게 남겨두겠다, 카일란.”

황제는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네가 내 명령을 또 어긴다면, 그때는 누구도 살려두지 않을 것이다.”

카일란은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더 이상 싸움을 지속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검을 거두었다.

레온은 조용히 카일란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잡았다. 카일란은 짧게 숨을 내쉬며 그의 손을 꼭 쥐었다.

황제는 그들을 내려다보며 피식 웃었다.

“둘 다 목숨을 구했군. 하지만 명심해라. 네 유대가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는 조용히 등을 돌려 사라졌다.

레온은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카일란을 바라보았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카일란은 조용히 말했다.

“이제부터는… 우리 방식대로 살아남아야 한다.”

그리고 그는 레온의 손을 놓지 않았다.


8화 – 왕국의 비밀

8화 – 왕국의 비밀

새벽빛이 궁전을 희미하게 비췄다. 레온은 조용히 서 있었다. 어젯밤의 싸움이 남긴 여운이 여전히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황제와의 대립,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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