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전 밖에서 울려 퍼진 긴급 종소리는 왕국 전체를 흔들었다. 불길이 치솟고, 대지는 혼란에 휩싸였다. 레온과 카일란은 창가에서 이 광경을 바라보며 숨을 삼켰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카일란이 조용히 말했다. 그의 눈빛은 날카롭게 변했다. 본능적으로 검을 찾으며, 전투 태세를 갖추려 했다. 그러나 레온은 그의 팔을 붙잡았다.
“카일란, 기다려.”
카일란은 당황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지금 나가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확인해야 해.”
레온은 고개를 저었다. “이건 단순한 화재가 아니야. 뭔가… 더 큰 일이 벌어지고 있어.”
그때, 급히 방으로 달려온 왕국의 병사가 숨을 헐떡이며 외쳤다.
“카일란 경, 레온 님! 반란군이 궁전을 습격했습니다!”
순간 공기가 얼어붙었다.
“반란군?” 카일란이 되묻자 병사는 절박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귀족 세력 일부가 폐하에 대한 불만을 품고 무력을 동원했습니다. 지금 궁전 서쪽에서 병력을 집중시키고 있으며, 그들의 목표는 황제 폐하뿐만 아니라… 레온 님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카일란은 놀라며 레온을 바라보았다. 레온의 얼굴은 굳어져 있었다. 황제가 그의 가이드 능력을 이용하려 했다는 사실을 아는 귀족들이 그를 제거하려고 하는 것이 분명했다.
“레온, 우리가 여기 남아있을 수 없어.”
카일란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나 레온은 가만히 손을 들어 올려 그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떠나면… 너도 더 이상 왕국의 기사가 아니게 될 거야.”
카일란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선택할 시간이 없었다. 복도 너머에서 병사들의 움직임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카일란은 레온의 손을 강하게 잡았다. “난 이미 결정을 내렸어. 널 지키기로.”
레온은 그의 손을 꽉 쥐었다. 그 순간, 감각적 유대가 더 깊이 연결되었다. 서로의 감정이 얽히고, 생각이 공유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가자.” 카일란이 말했다.
두 사람은 방을 빠져나왔다. 병사들은 이미 이들을 잡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카일란은 빠르게 길을 뚫어냈다. 검이 번뜩이며 어둠 속에서 적들을 베어 넘겼다.
레온은 그를 따라 달렸다. 그들의 앞길을 가로막는 병사들은 많았지만, 카일란은 거침이 없었다. 그를 따르는 레온의 눈빛 또한 흔들림이 없었다.
그들은 궁전의 후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곳에는 이미 반란군의 병사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카일란은 이를 악물었다. “젠장.”
레온은 그를 바라보았다. “다른 길을 찾아야 해.”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쪽이야!”
두 사람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복도 저편에서 한 남자가 손짓하고 있었다. 라그나였다. 카일란의 동료이자, 왕국 최정예 기사 중 한 명이었다.
“빨리 와!” 라그나는 다시 한 번 외쳤다. 카일란과 레온은 지체할 틈이 없었다. 그들은 빠르게 라그나의 뒤를 따라갔다.
라그나는 그들을 좁은 뒷길로 안내했다. 이곳은 궁전의 지하로 이어지는 비밀 통로였다.
“이 길을 통해 나가면 남쪽 숲으로 갈 수 있어. 그곳에 말을 준비해 놨다.”
카일란은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 “넌 왜 우리를 돕는 거지?”
라그나는 미소를 지었다. “난 네가 무너지는 걸 원하지 않아. 그리고 솔직히, 레온 님이 이 왕국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해.”
레온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 말은…”
“지금은 도망쳐야 하지만, 언젠가 돌아올 기회가 있을 거라는 뜻이지.” 라그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건 끝이 아니야.”
카일란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다시 한 번 레온을 바라보았다.
“준비됐어?”
레온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그의 손을 꼭 잡았다.
“응.”
그들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