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PATISSERIE의 주방은 아침부터 활기찼다.
직원들은 각자의 포지션에서 바쁘게 움직였고,
이도현은 언제나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날, 도현은 하린을 불렸다.
"강하린 씨, 시간이 좀 있습니까?"
하린은 순간 긴장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뒤를 따랐다.
"제가 강하린 씨에게 직접 특훈을 하려고 합니다."
그의 말에 주방 직원들이 흠칫 놀랐다.
"저요?"
하린은 믿기 어렵다는 듯 되물었다.
도현은 미묘한 미소도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
"네. 강하린 씨가 만든 디저트가 주목받았지만, 아직은 부족합니다.
제대로 된 훈련을 받아야 진짜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겠죠."
하린은 도현의 말을 되새기며 긴장과 기대가 뒤섞인 감정을 느꼈다.
"강하린씨가 내 경쟁자가 될 수 있을까요?"
그의 차가운 목소리가 하린의 머릿속을 울렸다.
그날부터 하린의 혹독한 트레이닝이 시작되었다.
첫 번째 과제는 프랑스 전통 디저트와 한과를 접목한 창의적인 디저트 개발이었다.
도현은 여러 개의 프랑스 디저트를 준비해두고,
그것들을 분석하며 하린에게 설명했다.
"이 마카롱의 질감과 풍미를 어떻게 하면 한과와 조화롭게 연결할 수 있을까요?
강하린 씨의 생각을 듣고 싶군요."
하린은 고민 끝에 답했다.
"마카롱의 달콤하고 바삭한 식감에 약과의 쫄깃함을 더하면 색다른 조합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겠네요."
도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실전은 쉽지 않았다.
하린은 수없이 반죽을 만들고 실패를 반복했다. 온도 조절을 조금만 잘못해도 결과물은 완전히 달라졌고,
한과의 특징을 살리면서도 프랑스 디저트와 조화를 이루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그녀의 손끝에는 피로가 쌓였고, 마음에는 조급함이 밀려들었다.
‘내가 정말 할 수 있을까?’
밤이 깊어질수록 불안감은 커졌지만, 하린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반죽을 만들며 온도를 조절하고,
직접 만든 유자청을 배합하며 균형을 찾으려 애썼다.
그 모습을 도현은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말없이 그녀의 손길을 바라보았다.
'이 정도의 집중력이라면….'
그의 눈빛에 처음으로 변화가 생겼다.
새벽 3시가 되어서야 하린은 첫 번째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었다.
"드디어…!"
그녀는 피곤한 얼굴로 완성된 디저트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주방 문이 조용히 열렸다.
"아직도 작업 중입니까?"
하린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도현이 서 있었다.
"아… 네, 선배님."
그녀는 순간 당황했지만, 도현은 천천히 다가와 그녀의 디저트를 바라보았다.
"이게 오늘 연구한 결과물인가요?"
하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도현은 한 조각을 집어 들고 조심스럽게 한입 베어 물었다.
한과의 깊은 풍미와 프랑스 디저트의 세련된 질감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씹으며 맛을 음미했다.
그리고, 아주 잠시 동안 멈춰섰다.
하린은 긴장하며 그의 반응을 기다렸다.
도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조용히 말했다.
"좋군요."
그 한마디에 하린은 환하게 미소 지었다.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둘은 조용한 주방에서 나란히 서 있었다.
도현은 커피를 내리며 하린에게 물었다.
"힘들지 않습니까?"
하린은 커피 향을 맡으며 피곤한 얼굴로 웃었다.
"힘들지만, 즐겁습니다. 선배님과 함께 연구하는 것도,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도."
도현은 그녀의 대답을 듣고 가만히 컵을 들어 올렸다.
"좋습니다. 앞으로 더 혹독하게 가르칠 생각이니까 각오하세요."
하린은 웃음을 터뜨렸다.
"기대하겠습니다, 선배님."
이제 그들은 조금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