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PATISSERIE의 주방이 아닌, 오늘의 무대는 한 온라인 라이브 방송 스튜디오였다.
조명이 밝게 비추는 무대 중앙,
정갈하게 세팅된 디저트 테이블 위에는 새로운 라인업의 대표 메뉴들이 올려져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것은 하린이 개발한 산딸기 초콜릿 타르트였다.
하린은 이곳에 있을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이미 가게를 떠났고, 다시 돌아갈 마음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카메라 뒤편에서 화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지금부터, DO PATISSERIE의 새로운 디저트를 소개하겠습니다."
이도현이 무대에 섰다.
여느 때처럼 냉정하고 침착한 태도였지만,
화면을 보고 있는 하린은 그가 조금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디저트의 핵심은 전통과 현대의 조화입니다.
한식의 깊이 있는 맛과 프랑스 파티세리의 섬세한 기술이 만나 탄생한 작품이죠.”
그는 천천히 타르트를 들어 올렸다. 산딸기 콩피가 은은한 광택을 내며 빛났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레시피를 만든 사람을 소개해야겠군요.”
하린의 손끝이 움찔했다. 그녀는 숨을 죽였다.
“DO PATISSERIE의 새로운 디저트 라인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은 강하린 씨입니다.”
방송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웅성였다.
직원들도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강하린 씨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연구했고,
이 디저트에 대한 애정을 가졌습니다. 그녀 없이는 이 라인이 탄생할 수 없었죠.”
그 순간, 하린의 눈가가 뜨거워졌다.
도현은 자신의 이름을 빼고 그녀의 공을 가로챈 것이 아니었다.
그는… 가장 큰 무대에서, 모든 이들이 보는 앞에서 그녀를 인정하려 했던 것이다.
하린은 무언가에 이끌리듯 스튜디오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도현이 그녀를 발견하고 입을 열었다.
“강하린 씨, 나와 줄 수 있겠습니까?”
하린은 망설였지만,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그녀가 무대에 오르자 조명이 그녀를 비췄다.
도현은 미소 대신,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마주했다.
“저는 강하린 씨를 인정합니다. 그리고… 후회하고 있습니다.”
하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도현은 숨을 고르고, 단호하게 말했다.
“디저트는 정말 완벽한 비율이 필요합니다.
제 레시피에는 강하린 씨가 꼭 있어야 합니다.”
그 말에 스튜디오가 순간 조용해졌다.
카메라가 도현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그는 단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린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리고 작게 웃었다.
“선배님… 이번만큼은 좋은 비율을 맞추셨네요.”
스튜디오 안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직원들은 박수를 쳤고, 채팅창에는 축하하는 메시지가 쏟아졌다.
도현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하린은 도현과 함께 새로운 길을 걷기로 했다.
그녀는 DO PATISSERIE로 돌아왔고,
이제는 단순한 직원이 아닌 공동 개발자로서 주방을 이끌어가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두 사람은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갔다.
몇 개월 후, 그들은 함께 새로운 브랜드 **‘H&D Pâtisserie’**를 런칭했고,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한식과 프랑스 디저트의 정수를 담은 브랜드,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도현과 하린이 함께하고 있었다.
어느 날, 바쁜 하루가 지나고 두 사람은 연구실에서 새로운 디저트를 개발하고 있었다.
"선배님, 초콜릿이 너무 진한데요."
“강하린 씨, 산딸기의 산미가 너무 강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요, 서로 좀 타협하죠?”
하린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초콜릿을 찍어 도현의 코에 묻혔다.
도현은 짧게 한숨을 쉬었지만, 곧 반격하듯 그녀의 손끝에 초콜릿을 묻혔다.
두 사람의 장난 속에서 디저트는 더욱 완벽해져 갔고, 그들의 관계 역시 깊어지고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과거의 오해나 상처가 아닌,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파트너로서,
그리고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서 자리 잡고 있었다.
주방 안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그리고 마침내, 두 사람은 디저트처럼 달콤하고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하린은 작은 상자에 산딸기 초콜릿 타르트를 정성스럽게 포장했다.
오늘은 그녀가 오랫동안 마주하기 힘들었던 사람을 만나러 가는 날이었다.
오랜만에 찾은 부모님의 집 앞에서 하린은 잠시 숨을 고르며 초인종을 눌렀다.
"어머니, 아버지… 저예요."
문이 열리고, 거실 한가운데 서 있던 아버지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엄격한 표정이었지만, 예전처럼 차갑지는 않았다.
"이게 뭐냐?"
하린은 살짝 웃으며 상자를 건넸다.
"제가 만든 디저트예요. 아버지께 꼭 맛보여 드리고 싶었어요."
아버지는 말없이 상자를 열어 조각 하나를 집어 들었다.
조용히 한입을 베어 문 순간,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산딸기… 그런데 이 단맛과 초콜릿의 쌉싸름한 조화는… 네가 만든 거냐?"
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프랑스 디저트 기법과 한식의 조화를 살려 만들었습니다."
아버지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천천히 한마디를 건넸다.
"…맛있구나."
그 짧은 말에 하린의 눈가가 뜨거워졌다.
그때, 문이 다시 열리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하린 씨, 늦진 않았습니까?"
도현이었다. 그는 단정한 차림으로 집 앞에 서 있었다.
하린이 놀란 표정을 짓자, 도현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아버지를 향해 인사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이도현이라고 합니다.
하린 씨와 함께 일하고 있는 사람이자… 하린씨와 만나고 있는 사람입니다."
아버지는 천천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미묘한 침묵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린은 조용히 웃었다.
가족과 사랑, 그리고 꿈이 함께 어우러진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