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 재혁의 저택 주변에는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지고 있었다.
높은 담장 너머로 창문을 바라보는 한 남자의 실루엣이 어둠 속에서 은밀히 움직였다.
그는 상대 조직에서 보낸 감시자였다.
그의 시선은 저택 안을 면밀히 살피고 있었고, 그 안에서 어렴풋이 움직이는 나현의 모습이
포착되었다.
"확실히 살아있군."
그는 낮게 중얼거리며 무전기를 꺼냈다.
"보스, 보고드립니다. 그녀는 아직 살아 있습니다."
상대 조직의 보스는 무전기 너머에서 냉소적인 웃음을 흘렸다.
"그래? 재혁이 날 속이려 한 모양이군. 잘됐다. 그 자식이 뭘 숨기고 있는지 직접 확인해보자."
이튿날 아침, 재혁은 부하로부터 급히 연락을 받았다.
"보스, 상대 조직에서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곧 이곳으로 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재혁의 표정은 굳어졌고, 그는 즉시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모두 준비해. 이 집 주변에서 그들 발길이 멈추지 않게 해야 한다."
그는 방으로 올라가 나현에게 말했다.
"오늘은 방에서 절대 나오지 마라."
나현은 그의 단호한 표정에 이유를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속엔 불안감이 짙게 피어올랐다.
몇 시간 뒤, 상대 조직의 차량들이 저택 앞에 멈춰 섰다.
보스와 그의 부하들이 차에서 내려 저택을 향해 걸어갔다.
보스는 문 앞에서 문을 두드리지도 않고 큰 소리로 외쳤다.
"강재혁! 이쯤에서 솔직히 말해보는 게 어때? 네가 뭘 숨기고 있는지 알기 위해 직접 왔다."
재혁은 천천히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표정은 차갑고 단호했다.
"여기까지 온 걸 보면, 나에 대한 의심이 상당한 모양이군."
보스는 웃으며 말했다.
"난 믿음이 강한 사람이야. 하지만 가끔은 직접 확인이 필요하지."
재혁은 문턱에서 한 걸음 나와 보스를 응시했다.
"네가 원하는 건 뭔데?"
보스는 그의 얼굴 앞까지 다가가 낮게 속삭였다.
"너와 네 조직을 박살 내는 것."
그 말에 재혁의 눈빛이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차분히 말했다.
"그럼 네가 뭘 할 수 있는지 한 번 보여줘 봐."
긴박한 대치 상황 속에서, 재혁은 이미 저택 안의 모든 부하들에게 준비를 마치도록 지시했다.
상대 조직이 침입하려는 순간, 그는 손짓 하나로 반격을 시작했다.
저택 주변은 금세 격렬한 싸움터로 변했고,
재혁은 직접 상황을 지휘하며 침착하게 상대를 제압해갔다.
한편, 나현은 방 안에서 폭발음과 총성이 울리는 소리를 들으며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그녀는 재혁이 이 상황에서 무사히 돌아오길 간절히 기도했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 한편에서는 자신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게 아닐까 하는
죄책감도 점점 커지고 있었다.
격렬한 대치 끝에, 상대 조직의 보스는 끝내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재혁은 그의 차를 떠나는 것을 끝까지 지켜보며 날카로운 눈빛을 거두지 않았다.
그의 손은 여전히 긴장으로 주먹을 쥐고 있었다.
저택으로 돌아온 재혁은 온몸에 피로가 쌓였지만, 나현의 방을 찾아갔다.
그녀는 침대에 앉아 초조한 얼굴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재혁은 문 앞에서 잠시 멈추더니,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널 보내주겠다. 니가 살던 세계로 돌아가서 이곳으로는 다시는 돌아오지 말아라”
나현은 그의 말에 할 말을 잃고 벌벌 떨 뿐이었다.
"…정말 저를 보내주시는 거예요?”
재혁은 그녀의 말을 듣고 잠시 침묵했지만, 이내 고개를 돌리며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녀석들에게 아직 너의 존재는 알려지지 않았어. 조용히 살아간다면 안전할거다”
그는 방을 나가며 문을 닫았다. 그의 뒷모습은 흔들리지 않았지만, 어딘가 깊은 혼란이 서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