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혁은 부하의 보고를 받은 후 단 한순간도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나현이 납치되었다는 사실을 전해 듣자 즉시 모든 계획을 세우며 차가운 명령을 내렸다.
"위치를 알아내라. 30분 안에 확실한 정보를 가져와. 병력은 준비하라. 이번에는 누구도 놓치지 않는다."
부하들은 그의 단호한 목소리에 즉각 움직였다. 하지만 재혁의 마음 한편에는 철저히 감춰왔던 감정이 뒤엉켜 있었다. 그는 서재에서 홀로 술잔을 기울이며 자신을 다잡으려 했다. 그러나 나현이 위험에 처해 있다는 사실은 그를 평소와는 다른 혼란으로 몰아넣었다.
"이번엔, 절대로 잃을 수 없어."
그는 낮게 중얼거리며 술잔을 강하게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한편, 나현은 어둠이 가득한 창고에 갇혀 있었다. 그녀의 손과 발은 단단히 묶여 있었고, 입에는 재갈이 물려 있었다.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희미한 빛이 그녀의 얼굴을 비췄다. 차갑고 불안한 공간에서 나현은 절망에 휩싸였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재혁이 자신을 구하러 올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창고 안으로 걸어 들어온 상대 조직의 보스는 비웃으며 말했다.
"강재혁이 널 구하러 올까? 아마 혼자 덤비겠지. 그래서 우리가 더 쉽게 잡을 수 있을 거야."
나현은 공포로 몸을 떨었지만, 눈빛만은 그를 향해 싸늘했다. 보스는 그런 그녀를 보며 흥미롭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재혁의 부하 중 한 명이 서둘러 그의 서재로 들어왔다.
"보스, 상대 조직의 외곽 창고에 그녀가 있습니다."
재혁은 즉각 자리에서 일어섰다.
"병력은 준비됐나?"
"모두 대기 중입니다. 출발만 하면 됩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총을 집어 들었다. 그의 눈빛은 냉혹하고 결의에 차 있었다.
"출발한다. 한 놈도 놓치지 마라."
창고 근처에 도착한 재혁은 부하들에게 신속하게 지시를 내렸다.
"외곽을 포위하고, 내부로 들어가는 경로를 차단해. 나는 직접 들어간다."
부하들은 그의 명령에 따라 조용히 움직이며 포위망을 구축했다. 재혁은 단독으로 창고로 걸어갔다. 문 앞에서 잠시 멈춘 그는 안에서 들려오는 나현의 희미한 신음 소리를 들었다.
"기다려. 내가 간다."
그는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문을 힘껏 밀어 열었다.
창고 안은 음침한 어둠과 적대감으로 가득했다. 재혁이 들어서자 상대 조직의 부하들이 그를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그러나 그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보스를 데려와. 지금 당장."
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으며, 창고 안에 있던 모두를 압도했다. 잠시 뒤, 상대 조직의 보스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는 비웃으며 재혁을 바라봤다.
"강재혁, 여기까지 혼자 왔네. 대단해. 하지만 이번엔 네가 끝일 거야."
재혁은 그의 말을 무시하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나현을 풀어줘라. 그러면 널 살려줄 기회를 줄 수도 있다."
보스는 흥미롭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다운 협박이군. 하지만 이번엔 내가 우위를 점하고 있어. 넌 여기서 죽게 될 거야."
보스의 신호와 함께 총성이 울렸다. 재혁은 순식간에 몸을 움직여 적의 공격을 피하며 반격했다. 그는 단독으로 적들을 상대하며 차근차근 전진했다. 그의 총구는 정확했고, 움직임은 흔들림이 없었다.
총격전이 한창인 와중에, 보스는 나현을 방패 삼아 도망치려 했다. 재혁은 그들을 멀리서 발견하고 총구를 들어 조준했다.
"멈춰라. 그렇지 않으면 지금 당장 끝낸다."
보스는 조롱하듯 웃으며 말했다.
"그럼 쏴 봐. 니가 사랑하는 그녀에게 과연 니가 총을 겨눌 수 있을까?"
재혁은 그 순간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단 한 발로 보스의 어깨를 관통시켰다.
보스는 비명을 지르며 나현을 놓쳤다.
하지만 그 순간, 보스의 부하 중 한 명이 재혁을 향해 총을 쐈다.
총알은 그의 옆구리를 관통했다.
재혁은 비틀거리며 무릎을 꿇었지만, 마지막 힘을 다해 보스를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넌 여기서 끝이다."
그는 방아쇠를 당겼고, 보스의 심장을 명중시켰다. 그렇게 상대편 보스는 선홍빛의 붉은 피를 분수처럼 뿜어대며 쓰러졌다.
나현은 묶인 채로 재혁이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 비명을 지르며 그의 곁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그의 몸을 붙잡고 눈물을 흘리며 외쳤다.
"재혁! 눈 떠요! 저를 두고 가면 안 돼요!"
재혁은 힘겹게 눈을 뜨고 나현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야는 흐릿했지만, 그녀의 얼굴 위로 사라의 미소가 겹쳐졌다. 그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낮게 속삭였다.
"….이제야….겨우…너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의 눈은 천천히 감겼고, 그의 손은 그녀의 손에서 힘없이 떨어졌다. 나현은 그의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었지만, 그의 얼굴은 고요한 평화 속에 잠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