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사건 이후, 수아와 재현은 본격적으로 범인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수아는 우연히 연구소 데이터베이스에서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수아는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 모니터에 떠 있는 데이터를 다시 확인했다.
재현은 과거 연구소 프로젝트에 연구원으로 참여한 적이 있었다.
연구소에서는 AI 연애 매칭 알고리즘을 개발하면서
참여자들의 심리 데이터를 수집했는데,
재현이 당시 연구에 협력하면서 연애관, 성격 유형,
심리 테스트 데이터를 제공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 데이터가 수아의 테스트를 진행할 때 자동으로 포함되었음이 드러났다.
즉, 이 매칭이 의도된 것이 아니라, 철저한 데이터 기반 운명이었다.
‘그럼… 100% 매칭이 그냥 오류가 아니라, 진짜였던 거야?’
지금까지 AI 시스템이 오류라고만 생각했는데,
사실은 수아와 재현이 과거부터 최적의 짝이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이게 정말 사랑일까? 아니면 데이터가 만들어낸 결과일 뿐일까?’
한편, 해킹 사건의 전말이 서서히 밝혀지고 있었다.
재현이 직접 범인을 추적한 결과,
연구소 내부 직원이 회사 데이터를 빼돌리려 했던 것이 드러났다.
그는 재현에게 해킹 누명을 씌우고 자신은 빠져나가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재현은 치밀하게 증거를 수집했고,
결국 그를 직접 잡아내면서 사건은 해결되었다.
연구소 회의실에서 긴급 임시 미팅이 열렸다.
직원들은 재현을 노려보거나, 미묘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렇게 자신 있다면 증명해 보시죠, 이재현 씨.”
보안팀장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재현은 가볍게 웃으며 노트북을 열었다.
“좋아요.”
그의 손이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리자,
모니터에 해킹 로그가 실시간으로 정리되기 시작했다.
해커가 접근한 경로, 조작한 코드,
심지어 특정 아이디까지 추적되며 화면에 떠올랐다.
직원들의 표정이 일순간 굳었다.
“여기.”
재현이 한 지점을 가리켰다.
“이 계정, 연구소 내부에서 쓰이는 테스트용 아이디죠?
외부에서 접근한 흔적이 없어요.
내부에서 이루어진 작업이라는 뜻입니다.”
보안팀장이 식은땀을 흘리며 화면을 확인했다.
그리고 한 직원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치려 했다.
“어디 가시려고요?”
재현이 능청스럽게 웃으며 가볍게 막아섰다.
“설마 이 상황에서 도망치겠다는 건 아니죠?”
직원들은 술렁였고, 결국 보안팀이 직접 그를 붙잡았다.
연구소의 책임자가 차분하지만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재현 씨, 우리가 큰 실수를 했군요.”
모두의 시선이 재현에게 쏠렸다.
연구소장이 직접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사과했다.
“그동안 당신을 의심해서 미안합니다.”
하지만 재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별로요. 이런 일, 익숙하거든요.”
그의 태도는 지나치게 여유로웠다.
마치 처음부터 이 상황을 예상이라도 한 듯한 분위기였다.
직원들은 민망한 듯 눈을 피했고, 보안팀장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그 순간, 수아는 그를 바라보며 깨달았다.
‘진짜 멋있네.’
처음에는 그저 능글맞고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눈앞의 재현은 그저 자신만만한 게 아니라,
누구보다도 유능하고 냉철했다.
자신을 의심하는 사람들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태도,
정확하게 진실을 밝혀내는 재빠른 두뇌 회전,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상황을 정리하는 태도.
수아는 자신도 모르게 심장이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
연구소 밖으로 나온 재현이 가볍게 손을 털며 말했다.
“이제 확신했어.”
수아가 돌아보며 물었다.
“뭘?”
“내 감정은, AI 매칭이 아니라 내 선택이라는 거.”
그 순간, 수아의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흔들렸다.
그리고 그녀는 재현을 바라보며 대답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