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CHING RESULT: 100% PERFECT MATCH]
정수아 님과의 커플 적합도 100% - 이재현(28), 해커
"......뭐?"
정수아는 눈앞의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듯
모니터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방금 실행한 AI 연애 매칭 테스트.
그저 호기심에 가볍게 돌려본 결과가 이럴 리가 없었다.
"이거 오류야. 분명 오류라고!"
수아는 황급히 키보드를 두드리며 로그를 확인했다.
하지만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사용된 알고리즘도, 데이터베이스도, 모든 프로세스가 완벽했다.
단 하나의 오류도 없이 실행되었음이 분명했다.
그런데…… 결과가 100% 적합도라니.
그리고 그 상대가 다름 아닌, 이재현.
"세상에… 대체 무슨 일이야?"
넥스트솔루션, 세계적인 IT 기업이자 AI 기술 개발의 선두주자.
정수아는 그곳에서 연애 매칭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핵심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인공지능이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인간의 성격, 가치관, 취향, 심리 패턴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한 후 **'가장 완벽한 연애 상대'**를 찾아주는 기술.
즉, 사랑을 과학으로 증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오늘은 AI 매칭 시스템의 최종 테스트를 진행하는 날이었다.
연구소 내부에서 데이터를 테스트하는 차원에서 수아는
장난 삼아 자신의 정보를 입력해 보았다.
하지만……
결과는 상상도 하지 못한 이름이었다.
이재현.
"이게 진짜 가능하다고? 내가… 이재현이랑?"
수아는 기함할 듯한 표정으로 화면을 노려보았다.
이재현.
그 이름만 들어도 수아는 이가 갈렸다.
그들은 같은 대학, 같은 컴퓨터공학과를 나왔고,
같은 프로그래밍 대회에 참가하며 늘 1, 2위를 다투던 사이였다.
수아는 '논리적이고 정교한 코드'를 중시하는 타입이었다면,
재현은 '직관적이고 창의적인 접근'을 선호하는 타입이었다.
둘은 성향이 완전히 달랐고, 생각하는 방식도 정반대였으며,
무슨 일이든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특히 졸업 프로젝트 때는 같은 주제로 연구를 진행하다가 크게 부딪쳤다.
"이 코드는 최적화가 전혀 안 되어 있어.
변수 할당도 비효율적이고, 알고리즘이 너무 감에 의존하고 있잖아."
"그럼 네 코드는?
지나치게 복잡한 설계로 인해 유연성이 떨어지는 게 보이는데?
뭐든 단순한 게 최고야."
결국 프로젝트 발표가 끝난 후에도 감정의 골이 깊어졌고,
두 사람은 졸업 후 완전히 다른 길을 걸었다.
수아는 AI 연구원으로, 재현은 독립 해커로.
'이제 다신 볼 일 없겠지.'
그렇게 생각했던 그가, 100% 적합한 연애 상대라니.
이건 절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수아는 급히 시스템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뭔가 잘못된 게 틀림없었다.
이 결과가 정상적인 것이라면, AI 시스템 자체가 오류라는 뜻이니까.
"이럴 리가 없어…! 데이터베이스에서 누가 잘못된 값을 입력했나?"
하지만 연구소 데이터베이스를 샅샅이 뒤져 보아도,
재현의 정보는 완전히 정상적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심지어 그가 과거 연구소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록까지 확인되었다.
'설마… 이 데이터가 아직도 남아 있었던 거야?'
몇 년 전, 연구소에서는 AI 연애 매칭 알고리즘을 위해 실험 데이터를 수집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성격 분석, 연애 가치관 설문조사,
심리 테스트 등을 진행했고, 이 데이터가 AI의 기초 모델을 학습하는 데 활용되었다.
이재현 역시 당시 연구소 협력 연구원으로 참여하면서
자신의 심리 데이터를 제공한 적이 있었던 것.
그런데 그 데이터가, 지금까지 남아 있었고…
수아가 매칭 테스트를 실행했을 때, 자동으로 포함되었던 것.
'그럼… 이건 시스템 오류가 아니라, 철저한 데이터 분석 결과라는 거잖아?!'
수아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믿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믿을 수밖에 없는 100% 적합도라는 결과가 눈앞에 있었다.
이 일은 비밀로 해야 했다. 절대로, 누구에게도 들켜서는 안 됐다.
그런데…
"오랜만이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수아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눈앞에 서 있는 이재현과 눈이 마주쳤다.
"……네가 여기서 왜 나와?"
재현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두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는 너야말로, 오랜만이네? 넥스트솔루션에서 일한다고는 들었는데."
수아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하필 이런 타이밍에?
"너, 여기 왜 왔는데?"
"보안 테스트 의뢰를 받아서."
재현은 태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너희 연구소 시스템, 보안 상태 좀 봐달라던데?"
순간, 수아의 머릿속에 강렬한 경고음이 울렸다.
지금 연구소 보안 시스템을 점검한다면……
그는 틀림없이 자신과의 100% 매칭 결과를 알게 될 것이다.
'절대 들켜서는 안 돼!'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재현의 시선이 무언가 흥미롭다는 듯, 모니터를 향해 향하고 있었다.
"……이거, 뭐야?"
순간, 수아의 심장이 크게 요동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