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차가운 밤, 작은 초가집 안에는 숨 막히는 정적이 감돌았다.
희미한 등불 아래, 도현은 바닥에 쓰러진 여주를 안고 있었다.
여주의 가슴에는 붉은 피가 번져 있었고, 그녀의 눈은 감겨 있었다.
도현의 눈에는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떨리는 손으로 여주의 차가운 뺨을 어루만졌다.
그는 여주를 죽여야만 했다.
일본군의 칼날 앞에 모든 동지들이 위험에 처했을 때,
여주는 고통스러운 고문을 받느니 차라리 죽여달라고 애원했다. 동지들을 지키고,
사랑하는 여인을 고통에서 해방시키기 위해, 도현은 차마 할 수 없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미안해… 여주야… 정말… 미안해…”
도현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그는 여주를 더욱 꽉 끌어안았다. 그녀의 차가운 온기가 그의 온기를 더욱 아프게 했다.
그는 여주를 잃은 슬픔과, 그녀를 자신의 손으로 죽여야 했던 죄책감에 몸부림쳤다.
“부디… 다음 생에는… 다시 만나자…”
도현은 눈물을 흘리며 간절하게 기도했다. 그
는 여주를 다시 만나고 싶었다. 이 끔찍한 시대가 아닌, 평화로운 세상에서,
사랑하는 연인으로 다시 만나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그는 여주를 더욱 힘껏 안았다.
마치 그녀를 놓치면 영영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처럼.
“그때는… 당신을… 절대 놓지 않을 거야…”
도현은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는 여주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차갑고 싸늘한 입술의 감촉이 그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다.
도현은 여주를 안은 채 칼을 자신의 가슴에 겨누었다.
더 이상 살아갈 이유가 없었다.
사랑하는 여인을 잃은 슬픔, 그리고 그녀를 자신의 손으로 죽여야 했던 죄책감은 그를 짓눌렀다. 그
는 여주를 따라 죽기로 결심했다. 다음 생에서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눈을 감은 도현은 마지막 힘을 다해 칼을 자신의 가슴에 꽂았다.
그의 몸이 여주 위로 쓰러졌다.
두 사람은 차가운 바닥에 겹쳐진 채, 영원한 잠에 빠져들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