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는 도현과의 두 번째 만남을 앞두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전날 밤에도 어김없이 악몽에 시달렸다.
꿈속 남자의 슬픈 눈빛은 마치 현실의 그림자처럼 그녀를 따라다니는 듯했다.
이제는 그 눈빛뿐 아니라, 차갑게 식어가는 자신의 몸의 감각까지 생생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정말… 그 꿈에서 본 남자일까?”
여주는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았다.
창백한 얼굴과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동자가 그녀의 심란한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도현을 만나는 것이 두려웠다.
그의 눈을 마주치는 순간, 꿈에서 본 남자의 공포가 되살아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안의 강요는 완강했고, 그녀는 또다시 그를 만나러 가야 했다.
약속 장소에 도착한 여주는 최대한 침착한 표정을 지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도현의 모습을 보자마자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는 테이블에 앉아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미소는 마치 봄 햇살처럼 따뜻했지만,
여주에게는 꿈에서 본 남자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처럼 느껴졌다.
“안녕하세요.”
도현은 여주를 향해 부드럽게 인사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다정했지만, 여주는 왠지 모를 슬픔을 느꼈다.
“안녕하세요.”
여주는 어색하게 마주 앉았다.
그녀는 도현의 눈을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다.
그의 눈빛 속에서 꿈에서 본 남자의 슬픈 눈빛이 어른거렸기 때문이다.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도현은 먼저 입을 열었다.
“저번에… 낯설지 않다고 말씀드렸었죠.”
그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서여주 씨를 뵙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편안한 기분이 듭니다.”
여주는 그의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 역시 도현에게 묘한 끌림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꿈에서 본 남자에 대한 공포는 그녀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저도… 그런 것 같네요.”
여주는 애써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그녀는 도현에게 마음을 열고 싶었지만, 꿈에서 본 남자에 대한 기억이 그녀를 가로막고 있었다.
이후로도 몇 번의 만남이 더 이어졌다.
도현은 매번 여주를 배려하고, 그녀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어주었다.
그는 여주의 불안감을 눈치채고, 그녀를 편안하게 해주려 노력했다.
여주는 그런 도현에게 점점 호감을 느끼게 되었지만,
밤마다 찾아오는 악몽은 그녀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어느 날, 도현은 여주에게 진지하게 물었다.
“혹시… 제가 불편하신가요?”
그의 눈빛은 걱정과 염려로 가득 차 있었다.
여주는 그의 눈을 피하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진실을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꿈에서 본 남자의 이야기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도현이 그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도현은 그런 여주를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그는 그녀의 아픔을 나누고 싶었지만,
그녀가 마음의 문을 열어주지 않는 한,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조용히 손을 뻗어 여주의 손을 감쌌다.
그의 손은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여주는 깜짝 놀라 그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따뜻한 온기가 그녀의 손을 감쌌다.
순간, 꿈에서 본 남자의 차갑고 떨리던 손의 감촉이 겹쳐 보이는 듯했다.
여주는 혼란스러운 감정에 휩싸였다.
따뜻함과 공포,
끌림과 거부감…
그녀의 마음은 두 가지 감정 사이에서 격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