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여주의 안색이 눈에 띄게 좋지 않았다.
도현은 그녀를 만날 때마다 그녀의 얼굴에서 짙은 그림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억지로 웃어 보려 하지만,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눈빛은 감출 수 없었다.
도현은 그런 여주를 볼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알고 싶었지만, 그녀는 좀처럼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늘도 두 사람은 어김없이 만났다.
여주는 평소보다 더욱 굳은 표정으로 도현을 맞이했다.
도현은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잡으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여주 씨, 무슨 일 있으세요? 안색이 많이 안 좋아 보이시네요.”
여주는 도현의 따뜻한 손길에 잠시 움찔했지만,
곧 시선을 피하며 어색하게 웃었다.
“아… 그냥 조금 피곤해서요.”
그녀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도현은 그녀의 거짓말을 눈치챘지만,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그녀가 먼저 이야기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좋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걱정과 답답함이 가득했다.
그는 여주를 위해 무엇이든 해주고 싶었지만,
그녀의 아픔의 근원을 알지 못했기에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사실이 그를 괴롭게 했다.
식사가 진행되는 동안, 도현은 여주를 최대한 편안하게 해주려 노력했다.
그녀가 좋아하는 음악을 조용히 틀어놓고,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들을 권했다.
하지만, 여주는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았다.
그녀의 눈빛은 끊임없이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두 사람은 잠시 공원을 산책하기로 했다.
저녁 노을이 아름답게 물든 공원을 걸으며, 도현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여주 씨…”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
“저에게… 무슨 이야기든 털어놓으셔도 괜찮습니다. 저는… 여주 씨를 걱정하고 있어요.”
여주는 도현의 말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녀는 그의 따뜻한 눈빛을 마주보며 잠시 망설였다.
그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지만,
꿈속 남자의 슬픈 눈빛이 다시 떠올라 입을 다물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니에요.”
여주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도현은 여주의 눈물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그는 그녀를 부드럽게 안아주었다.
“힘드시면… 기대셔도 괜찮습니다.”
그의 따뜻한 품 안에서, 여주는 잠시나마 안정을 느끼는 듯했다.
하지만, 여주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큰 파도가 일고 있었다.
도현의 따뜻함에 감사하면서도, 그녀는 그에게서 도망치고 싶었다.
전생의 기억인지 알 수 없는 악몽은 그녀를 끊임없이 괴롭혔고,
그녀는 그 공포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도현은 그녀의 아픔을 이해하려 애썼지만,
그 원인을 알지 못했기에 답답해할 뿐이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했고,
그 벽은 점점 더 높아져 가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