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운명적인 만남

1화 - 운명적인 만남

거친 파도가 하늘을 집어삼킬 듯 몰아치고 있었다.
검푸른 바닷물 위로 번개가 번뜩이며, 한낮처럼 휘황한 빛을 쏟아냈다.
윤하린은 침착하게 조타 장치를 잡고 바람을 가르며 나아갔다.
해양 보호 단체의 연구원으로서 바다에서의 생활은 익숙했지만,
이런 폭풍우는 결코 익숙해질 수 없는 것이었다.

“젠장, 이런 날씨에 조사라니…”

혼잣말을 내뱉으며 선박을 조종하던 순간, 그녀의 시야에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물결 위에서 번뜩이는 은빛. 처음에는 단순한 환영이라고 생각했지만,
다시 한번 번개가 치는 순간, 그것은 확실했다.

“…사람?”

바닷물 위로 떠 있는 남성의 형체.
검푸른 파도 속에서 그가 천천히 가라앉고 있었다.

하린은 망설일 틈도 없이 구명줄을 움켜쥐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얼음처럼 차가운 물이 피부를 파고들었지만,
그녀는 있는 힘껏 팔을 휘저으며 남성에게 다가갔다.

“제발 버텨요…!”

그를 붙잡아 끌어올리는 순간, 물속에서 은빛 비늘이 아른거리는 것을 본 듯했다.
그러나 그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남자를 간신히 배 위로 끌어올린 하린은 그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순간적으로 숨을 멈췄다.

그는 마치 동화 속 왕자처럼 아름다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길게 늘어진 물빛 머리칼이 물에 젖어 그의 얼굴선을 따라 흘러내렸고,
길고 날렵한 속눈썹 아래서 새파란 눈동자가 살짝 떴다.

하린은 정신을 가다듬고 CPR을 시도했다.
그녀의 손끝에서 그의 피부가 비정상적으로 따뜻하다는 것을 느꼈다.
보통 바닷물에 오래 있으면 저체온증에 걸리기 마련인데,
그는 오히려 미열을 띠고 있었다.

한참 후, 남자가 가늘게 숨을 들이마셨다.
천천히 눈을 뜬 그의 푸른 눈동자가 하린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 눈빛은 신비롭고도 낯설었다.

“괜찮아요? 정신이 들어요?”

남자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너의 목소리… 물결 같아.”

하린은 당황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바다에서 구조한 남자라기엔 너무나 기묘한 분위기였다.

‘대체 이 남자는 누구지…?’

그녀는 불길한 예감을 느꼈지만, 동시에 알 수 없는 끌림을 느꼈다.
폭풍이 서서히 잦아들고, 달빛이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밀었다.
그 빛이 은빛 머리칼을 따라 흘러내리며,
마치 바다의 전설 속 존재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그 남자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몸이 무거운 듯 다시 휘청였다. 하린은 급히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가만히 있어요. 아직 움직이면 안 돼요.”

그는 잠시 하린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마치 처음으로 인간의 온기를 느끼는 듯한 표정이었다.

“여긴 어디지?”

“한국, 동해 쪽이에요. 당신… 어떻게 된 거죠? 배에서 떨어진 거예요?”

그는 고개를 살짝 저었지만, 더 이상의 말은 하지 않았다.
대신 하린을 바라보는 눈빛에 묘한 슬픔과 혼란이 섞여 있었다.

하린은 그의 젖은 옷이 심하게 찢어져 있다는 것을 보고,
일단 따뜻한 곳으로 데려가야겠다고 판단했다.

“일단 제 연구소로 가요. 몸을 말리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천천히 이야기해요.”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린은 그를 부축하며 선실로 향했다.

그 순간, 멀리서 깊고 어두운 바다 속에서 누군가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은은한 푸른빛이 물결 아래에서 번득였다.

바다의 신비로운 존재들이 그들의 운명을 주시하고 있었다.

하린은 아직 알지 못했다.
이 남자와의 만남이 자신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란 사실을.


2화 - 낯선 세계

2화 - 낯선 세계

윤하린은 선실 안에서 젖은 수건을 짜며 남자를 바라보았다. 구조한 지 한 시간이 넘었지만, 그는 여전히 말수가 적었다. 아니, 오히려 세상의

"인어왕자의 사랑""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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