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린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바다 위에 떠오른 달빛이 창문을 타고 들어와 희미하게 실내를 밝혔다.
그녀는 연구소의 작은 침대에 앉아
여전히 어딘가 낯선 표정을 짓고 있는 에드리안을 응시했다.
“이곳이 낯설다고 했죠?”
에드리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이 세상에 존재한 적이 없다는 듯한 태도였다.
“정확히 뭐가 낯선 거예요? 이 공간? 사람들?”
“모든 것이.”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깊이 있는 울림이 있었다.
하린은 이 남자가 단순한 조난자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당신, 솔직하게 말해봐요. 정말 어디에서 왔어요?”
에드리안은 하린을 잠시 바라보다가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깊은 바다를 보는 듯한 눈빛이었고,
그것은 마치 저 바다 너머에서 무언가를 떠올리는 듯했다.
그때, 강준우가 연구소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하린,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어?”
하린은 자리에서 일어나 강준우를 향해 걸어갔다.
그의 얼굴에는 걱정이 서려 있었다.
“이 남자, 좀 이상해.”
“그건 나도 알아.”
“아니, 진짜 이상하다고. 내가 오늘 아침에 그가 구조된 장소 근처를 조사해봤는데, 이상한 점이 많아.”
“이상한 점?”
강준우는 휴대폰을 꺼내며 설명했다.
“그가 구조된 곳에는 작은 바위나 표류물이 하나도 없었어. 보통 이런 폭풍우가 지나간 뒤엔 뭐라도 떠밀려오기 마련인데, 이상하게도 깨끗했어. 그리고…”
그는 한 장의 사진을 하린에게 내밀었다. 그것은 바닷속에서 찍은 듯한 사진이었다. 하린은 놀라서 사진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인간처럼 보이는 형체가 있었지만,
자세히 보면 몸의 일부가 마치 비늘처럼 빛나고 있었다.
“이게 뭐야…?”
“나도 몰라. 그런데 분명한 건, 우리가 알고 있는 인간의 모습은 아니란 거지.”
하린은 잠시 침묵했다.
에드리안이 구조되었을 때 본 환영 같은 은빛 비늘이 떠올랐다.
“혹시….”
그녀가 무언가 말하려는 순간, 연구소 안에서 물이 튀는 소리가 들렸다.
급히 돌아보니, 에드리안이 손에 물 한 컵을 들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있었다. 컵 안의 물이 그의 손가락을 따라 흘러내리더니,
마치 그를 감싸듯이 맴돌고 있었다.
하린과 강준우는 동시에 숨을 멈췄다.
“그게 뭐야…?”
강준우가 낮게 속삭였다. 에드리안은 조용히 물을 내려다보았다.
물방울들이 그의 손끝을 따라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 같았다.
그리고 이내 물이 다시 평범한 액체처럼 컵으로 떨어졌다.
하린은 자신의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당신… 대체 뭐예요?”
에드리안은 마침내 그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나는… 바다에서 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