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린은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셨다.
연구소 창문 너머로 푸른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마치 물속에서 반짝이는 물고기의 비늘처럼 빛나는 형체들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들이 온다니… 무슨 뜻이에요?”
하린은 에드리안을 바라보았다.
그의 푸른 눈동자는 흔들리고 있었다.
두려움, 불안, 그리고… 어딘가 아련한 감정이 서려 있었다.
“그들은 내 가족이자, 나를 지키는 존재야. 하지만 지금은…”
에드리안은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나를 다시 바다로 데려가려 할 거야.”
하린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제 겨우 그와 가까워졌는데,
다시 바다로 돌아가야 한다니.
“그럼… 당신은 떠나는 거예요?”
에드리안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혼란과 결심이 함께 담겨 있었다.
“아직 아니야. 하지만 그들은 날 설득하려 할 거야.”
그때 강준우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설득이라니? 네가 인간이 되고 싶다면 그냥 그러면 되는 거 아니야?”
에드리안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야. 인어가 인간이 되는 건 단순한 변화가 아니거든.”
하린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대체 어떤 변화가 있죠?”
에드리안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마치 그것을 설명하기 어려운 것처럼. 그러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인어가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바다와 완전히 단절되어야 해.
다시는 바다로 돌아갈 수 없어. 그리고….”
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조용히 덧붙였다.
“진정한 사랑을 얻어야 해.”
하린은 순간적으로 숨을 멈췄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직접 듣는 것은 또 달랐다.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그녀가 과연 에드리안에게 그 사랑을 줄 수 있을까?
강준우는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진정한 사랑? 그게 그렇게 쉬운 줄 알아? 인간도 사랑을 찾기 힘든데,
너는 그걸 어떻게 증명할 건데?”
에드리안은 강준우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난 이미 선택했어.”
하린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너무 깊어서, 거부할 수 없을 만큼 진실되어 보였다.
하지만 그 순간, 문득 연구소 밖에서 파도가 거칠어졌다.
그리고 창문이 덜컹거리며 흔들렸다.
“왔어.”
에드리안이 낮게 중얼거렸다.
하린은 긴장된 채 창문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물결 속에서 두 개의 형체가 점점 또렷해졌다.
사람의 모습이었지만, 완전히 인간은 아니었다.
그들은 푸른 비늘이 반짝이는 피부를 가지고 있었고,
몸이 반쯤 물속에 잠긴 채 떠 있었다.
그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에드리안, 이제 돌아가야 한다.”
그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 마치 이미 결정된 운명을 말하는 듯했다.
에드리안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직 아니다.”
그들은 순간적으로 눈을 가늘게 떴다.
“너도 알고 있잖아. 네가 여기서 오래 머무를수록 네 몸은 변할 거야.
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어.”
하린은 놀라서 에드리안을 바라보았다.
“무슨 뜻이에요?”
에드리안은 무겁게 입을 열었다.
“내가 인간이 되려면, 진정한 사랑을 얻어야 해. 하지만 만약 그걸 얻지 못하면…”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의 눈빛에 깊은 슬픔이 서려 있었다.
“난 사라질 거야.”
하린은 경악했다.
“사라진다고요?”
“그게 규칙이야. 인어가 인간의 삶을 선택하면, 다시 바다로 돌아갈 수 없어.
하지만 만약 인간의 사랑을 얻지 못하면, 내 존재 자체가 사라지는 거야.”
그 말을 듣자, 하린은 숨을 삼켰다. 그녀는 아직 사랑이 무엇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만약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
에드리안은 존재 자체를 잃어버리게 된다.
강준우는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럼 시간이 얼마나 남은 거야?”
에드리안은 조용히 대답했다.
“일주일.”
하린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일주일.
그 짧은 시간 안에, 그녀는 사랑을 확신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녀의 감정이 진정한 사랑이라면, 그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그 순간, 창밖에서 파도가 더욱 거세졌다.
마치 그녀의 결정을 재촉하는 듯한 바다의 움직임이었다.
하린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녀의 선택이, 에드리안의 운명을 바꿀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 확신할 수 없었다.
진정한 사랑이란… 과연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