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린은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시에나와 네로가 사라진 바다는 거짓말처럼 고요했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폭풍 속에 있는 듯했다.
에드리안이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진정한 사랑을 얻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지 못하면… 존재 자체가 사라진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하린은 가슴이 조여드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하린.”
에드리안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그를 바라보았다.
달빛이 그의 은빛 머리를 감싸고 있었다.
신비로운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너무나도 인간처럼 보였다.
“괜찮아요?”
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복잡하기만 했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단순한 감정으로 정의할 수 있는 걸까?
그리고 그녀가 느끼는 이 감정이 정말 ‘진정한 사랑’이 맞을까?
그때, 에드리안이 조용히 다가왔다. 그는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따뜻했다.
“나를 믿어줘.”
그 한마디에 하린은 순간적으로 모든 생각을 잊었다.
그의 눈빛은 너무나도 진실했고, 지금 당장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불안이
서려 있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의 손을 꽉 잡았다.
그 순간, 바닷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그리고 파도 위에서 무언가가 서서히 떠올랐다.
“그들이 돌아왔어.”
에드리안이 낮게 중얼거렸다. 하린은 긴장하며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물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시에나였다.
그녀는 차갑고도 우아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녀의 뒤에는 네로뿐만 아니라, 세 명의 인어들이 함께 있었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아, 에드리안.”
시에나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단호했다.
“네 선택을 확인하기 위해 왔어.”
하린은 무의식적으로 에드리안의 옆으로 다가섰다.
그들이 에드리안을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단순한 설득이 아니라, 더 강한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다.
“네가 정말로 인간이 되고 싶다면,”
시에나가 손을 들어 바닷물을 움직였다.
그러자 물결이 일어나더니 공중으로 둥글게 떠올랐다.
그 안에는 반짝이는 푸른빛이 서려 있었다.
“우리의 시험을 통과해야 해.”
하린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시험이라니?”
시에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인간의 사랑이 진정한 것인지 확인할 방법이 필요하지 않겠어?”
하린은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사랑을 증명해야 한다고?
“무슨 시험이죠?”
시에나는 손을 뻗어 푸른빛을 가리켰다.
“에드리안을 구하는 거야.”
하린은 순간 말을 잃었다.
“구한다니… 무슨 뜻이에요?”
시에나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갑자기 에드리안의 몸이 흔들리더니,
바닷물 안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에드리안!”
하린이 소리쳤다. 하지만 그의 몸은 이미 푸른빛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마치 바다가 그를 집어삼키려는 듯했다.
시에나는 조용히 말했다.
“그를 구할 수 있을까? 네 사랑이 진정한 것이라면.”
하린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가 주저한다면, 에드리안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까?
그녀는 머뭇거리지 않았다.
곧장 바다로 달려가 몸을 던졌다. 차가운 물이 그녀를 감쌌다.
깊은 물속에서, 그녀는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 에드리안을 발견했다.
그는 힘을 잃은 듯 떠 있었다.
‘숨을 참아야 해…’
하린은 온 힘을 다해 그를 향해 헤엄쳤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손을 붙잡았다.
“에드리안! 눈을 떠요!”
그의 눈이 천천히 떠졌다. 하지만 몸은 점점 더 가라앉고 있었다.
하린은 그의 팔을 힘껏 당겼다.
하지만 무언가 보이지 않는 힘이 그를 끌어내리고 있었다.
‘안 돼… 그를 잃을 순 없어!’
하린은 필사적으로 그를 끌어올리려 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의 마음속에서 확신이 들었다.
이건 단순한 동정이 아니다.
그를 잃고 싶지 않다.
그와 함께 있고 싶다.
그녀는 결코 혼란스럽지 않았다. 그녀의 감정은 분명했다.
“나는 널 사랑해!”
그녀의 외침과 동시에, 푸른빛이 폭발하듯 퍼졌다.
그리고 그 빛 속에서 에드리안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푸른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러다 곧 미소를 지었다.
“나도 널 사랑해.”
그 순간, 바닷물은 부드럽게 움직였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힘이 풀린 듯, 그들은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올랐다.
물 위로 나왔을 때, 하린은 거친 숨을 내쉬며 에드리안을 꼭 껴안았다.
시에나는 바다 위에서 조용히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진정한 사랑이란 걸… 증명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