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초대장

1화 초대장

도심 한복판, 불이 꺼진 고층 건물이 서 있었다. 그곳의 12층에 위치한 클럽 ‘미드나잇’은 겉으로는 화려했지만, 그 안은 그림자처럼 음침한 비밀들로 가득했다. 초대받은 자만 입장할 수 있는 이곳에서 실종 사건이 발생했다. 오늘 밤, 한 남자가 그곳을 찾았다.

강윤제 그는 사립 탐정이었다. 흥신소처럼 사람의 뒷조사를 하는 일로 근근히 살아가는 그였으나 이번일은 달랐다. 의뢰를 한 상대가 무려 백호그룹의 오너였으니까. 백호그룹 백정호 회장의 손녀딸 백희주. 그녀는 클럽 미드나잇에서 3일전 행방불명 되었다. 바로 그가 서 있는 건물 앞에서 말이다. 그의 손에는 백희주의 사진이 쥐어져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그의 코트를 흔들었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주머니에서 꺼낸 가짜 초대장을 쥔 채 강윤제는 입구로 다가갔다. 문 앞의 보디가드는 그의 모습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초대장을 스캔했다. 짧은 침묵 뒤, 무뚝뚝한 목소리가 들렸다.

“통과해도 좋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강렬한 음악과 번쩍이는 네온 조명이 그를 맞이했다. 하지만 강윤제의 관심은 화려한 조명이나 음악이 아니었다. 그는 이곳을 감싸고 있는 긴장감과, 사람들 사이에서 느껴지는 은밀한 시선을 주시했다.

복도를 따라 걷던 강윤제는 정보를 떠올리며 목적지인 룸 12C로 향했다. 복도의 끝, 어둠 속에 길게 늘어선 문들 사이로 발소리가 조용히 퍼졌다. 이곳은 단순한 클럽이 아니라는 것을 그의 직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문 손잡이에 손을 올리는 순간, 등 뒤에서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시죠?”

강윤제가 천천히 돌아섰다. 한 남자가 어둠 속에서 나타났다. 헝클어진 머리와 날카로운 눈빛, 손에는 태블릿을 들고 있었다. 그는 여유 있는 표정으로 강윤제를 바라보았다.

“여긴 허가받은 사람만 출입할 수 있는 곳인데”

남자의 목소리는 낮지만 경계심이 배어 있었다.

강윤제는 차분히 말했다.

“아, 실수로 길을 잘못 들었습니다.”

남자는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 대신 태블릿 화면을 몇 번 터치했다. 빠르게 스크롤되는 코드와 숫자들. 그의 손놀림은 그가 단순한 클럽 손님이 아님을 드러냈다.

“여기선 길을 잘못 들 수 없는데?”

남자가 물었다.

“이곳 관계자 분이신가 보군요?”

강윤제는 질문을 돌려주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남자는 그의 말을 무시하며 방문을 열었다. 룸 안은 단조롭고 정적이 흘렀다. 강렬한 음악이 멀어지는 대신, 방 안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방 한쪽, 작은 상자가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상자를 열자, 안에는 한 장의 카드가 놓여 있었다. ‘미드나잇 초대 카드’라는 글자가 새겨진 카드에는 복잡한 문양이 담겨 있었다.

남자가 카드를 들어 확인을 했고, 강윤제는 그런 그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남자는 신경쓰인다는 듯 강윤제를 흘낏 바라보았다.

“길을 잃어버렸다고 하지 않았어요? 어서 가시죠? 이런곳에 계속 계시는 건 좋지 않아요”

그 순간, 복도에서 무거운 발소리가 들려왔다. 규칙적으로 울리는 소리. 두 사람은 동시에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강윤제는 무의식적으로 주머니에 손을 가져갔다.

“네, 그래야 겠네요”

강윤제는 주위를 살피며 대답했다.

남자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럼 저는 이만, 만나 뵙게되서 즐거웠습니다. 몸 조심하시구요. ”

그는 태블릿을 품 안에 넣고 빠르게 복도로 나갔다. 강윤제는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그를 뒤따랐다. 발소리는 점점 가까워졌고, 긴장이 복도를 메웠다.

서로의 정체를 끝내 밝히지 않은 두 사람은, 각자의 이유를 숨긴 채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클럽 ‘미드나잇’의 비밀은 이제 막 그 모습을 드러내려 하고 있었다.

2화 첫 번째 신호

2화 첫 번째 신호

클럽 미드나잇을 나선 강윤제는 주변을 경계하며 골목길로 들어섰다. 어두운 가로등이 희미하게 빛을 뿌렸고, 그의 발소리는 차가운 벽 사이에서 메아리쳤다. 방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