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사람의 대치는 잠시 소강 상태로 접어들었다. 정도혁은 화면 속 인물에 대한 충격을 숨기며 강윤제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정도혁은 짧게 숨을 내쉬며 태블릿을 닫았다.
”운이 좋으시군요 강윤제씨. 본래대로라면 당신을 제거해야 했겠지만, 이번 만은 살려드리지요. 이 클럽은 단순한 유흥 공간이 아닙니다. 다음번에는 길을 잃어버려도 이런 곳으로 오는 실수는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윤제는 그의 태블릿을 바라보며 대꾸했다.
”보아하니 나 말고도 또 다른 위험인물이 들어온 모양이군요? “
윤제는 짧게 웃으며 대꾸했다.
”제가 대답할 이유가 없지 않나요? 윤제씨는 보아하니 배짱이 두둑하신 분이신가 보네요. 저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도망갈텐데.”
도혁은 윤제에게 차갑게 쏘아 붙혔다.
그날 밤, 윤제는 근처의 허름한 모텔 방에서 함께 일하는 조력자가 제공한 클럽 내부 정보를 검토하고 있었다. 클럽 '미드나잇'은 철저히 관리되는 보안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고, 내부 고객 명단은 철저히 기밀로 보호되고 있었다. 하지만 백정호 회장은 내부 고객 명단을 요청하자마자 빠르게 그에게 제공하였다. 윤제는 그 목록에서 한 이름에 주목했다. 박도균. 사진 속 인물이었다. 그는 과거 대규모 금융 사기에 연루되었지만 법망을 피해 해외로 도피한 인물이었다. 그런데 그가 한국에 돌아와 클럽 미드나잇에서 목격되었다는 사실은 단순한 사건이 아님을 암시하고 있었다.
"이건 생각보다 더 큰일일지도 몰라..."
윤제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책상 위의 자료들을 정리했다. 이때 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윤제 씨, 박도균의 행방에 대한 정보를 더 얻었어요."
윤제의 조력자인 김서현의 목소리가 차분하게 들려왔다.
"내일 밤, 그가 클럽 미드나잇에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윤제는 전화를 끊고 가방을 챙겼다. 그는 자신의 권총을 확인하며 중얼거렸다.
"이번에는 확실히 끝내겠어."
다음 날 밤, 클럽 미드나잇. 정도혁은 예민한 얼굴로 노트북을 확인하며 어제 놓친 침입자의 위치를 추적하고 있었다. 위에서 떨어진 불호령으로 인해 상당히 표정이 안 좋아진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어제의 일을 곱씹었다. 반면 윤제는 김서현의 도움으로 무난하게 미드나잇에 접근할 수 있었다.
윤제는 수월하게 클럽 내부로 다시 잠입했다. 정도혁은 여전히 노트북을 들고 있었고, 그의 손가락은 쉼 없이 화면을 움직이고 있었다.
"보안 카메라에 박도균의 모습이 잡히면 바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윤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군중 속으로 섞여 들어갔다. 화려한 조명과 음악이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고 있었지만, 윤제의 관심은 오직 박도균에게만 쏠려 있었다.
그는 바 근처에서 어두운 회색 정장을 입은 남성을 발견했다. 바로 박도균이었다. 윤제는 숨을 고르고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그 순간, 박도균은 주변을 살피더니 황급히 출구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가 움직입니다,"
김서현는 윤제에게 무전을 보냈다.
”알겠어요. 위치는?” ” 출구쪽 입니다.”
하지만 윤제가 출구쪽으로 따라갔을 때 박도균은 이미 모습을 감춘 뒤였다. 그는 무전을 시도했지만, 돌아온 건 침묵이었다. 그 시각 정도혁은 이미 박도균을 쫓아 또 다른 경로로 움직이고 있었다. 박도균은 멈춰서서 당황한 듯 주변을 살폈다. 정도혁은는 그에게 다가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랜만입니다, 박도균 씨. 이제 도망칠 곳은 없습니다."
박도균은 뒷걸음질을 치며 중얼거렸다.
"뭐야!! 정도혁. 넌 나한테 이러면 안되지 않아?" ” 왜 안되는데?”
정도혁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권총을 꺼내들었다
박도균은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도혁이 그에게 방아쇠를 당기려 하자 , 윤제가 나타나 그를 재빠르게 제압했다.
"박도균! 백희주가 어디 있는지 말해!"
윤제는 그를 향해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순간, 클럽의 조명이 깜박이며 모든 것이 어둠에 잠겼다. 공기는 긴장감으로 가득 찼고, 윤제는 곧 무언가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그 순간 뒤쪽에서 총성이 울렸고, 박도균이 쓰러지는 실루엣이 보였다. 윤제는 정도혁이 쏜 것인가 했었으나, 도혁은 윤제가 제압하고 있었다.
"박도균! 무슨 일이야?"
윤제가 소리쳤지만, 대답은 없었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가 어둠 속을 가르며 울렸다.
"배신자는 처단해야지. 안 그래? 정도혁?”
윤제는 그 목소리의 주인을 찾으려 했지만, 어둠 속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미드나잇의 진정한 비밀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