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아무래도 그 타이밍이 온 것 같다

10화: 아무래도 그 타이밍이 온 것 같다

“진주야, 소개팅 날짜 언제로 잡을까?”

수진이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진주는 순간 당황해 눈을 깜빡였다.

며칠 전 바베큐 파티에서 나온 이야기라고는 해도,

진짜로 소개팅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어… 그게…”

진주는 머뭇거렸지만, 수진은 물러서지 않았다.

“아니, 진짜 괜찮은 사람이라니까! 나 못 믿니? 그래서 시간이 언제 돼?”

계속되는 재촉에 결국 진주는 마지못해 대답했다.

“그럼… 이번 주 토요일?”

“좋았어! 내가 바로 알려줄게.”

수진은 신나서 휴대폰을 꺼내 들었고, 진주는 한숨을 쉬며 머리를 긁적였다.

“어 여보세요!!! 나만 믿으라했..!!!”

이 모든 걸 멀리서 보고 있던 동우는 씁쓸한 표정으로 시선을 돌렸다.

‘으휴…김수..ㅈ..’

시험이 끝나고도 바쁘게 시간을 보내느라

일부러 생각하지 않으려 했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그냥, 신경 쓰지 마. 별거 아닐 거야.’

하지만 그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는,

그런 말로도 지워지지 않는 감정이 요동쳤다.

토요일 저녁, 카페.

진주는 약속 장소에서 소개팅 상대인 정수혁을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깔끔한 차림의 남자가 그녀 앞으로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이진주 씨 맞죠?”

“아, 네. 안녕하세요.”

수혁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대화는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수혁은 매너가 좋았고, 말도 잘 통했다.

“진주 씨는 그림을 그린다고 했죠?”

“네, 어릴 때부터 좋아했어요.

요즘은 공모전 준비도 하고 있고요.”

“멋있네요. 열정을 가지고 무언가에 도전하는 사람이 좋더라고요.”

칭찬에 진주는 쑥스러워하며 웃었다.

오랜만에 편안하게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었다.

상대는 친절했고, 대화도 유쾌했다.

그런데도 가끔씩 생각이 멈추는 순간들이 있었다.

‘동우라면… 이런 순간에 뭐라고 말했을까?’

자신도 모르게 떠오르는 얼굴.

하지만 애써 그 감정을 무시했다.

그 시각, 쉐어하우스 근처.

동우는 아무 이유 없이 밖을 서성였다.

휴대폰을 들었다가 다시 주머니에 넣기를 반복했다.

진주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뻔히 알면서도,

직접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고개를 들었다.

‘대체 왜 이러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한숨을 쉬었다.

단순한 친구라면 이럴 필요 없었다.

하지만, 친구가 다른 사람과 소개팅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신경이 쓰일 수 있을까?

진주가 소개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

수혁이 그녀를 집 앞까지 바래다주었다.

“오늘 즐거웠어요.”

“저도요.”

수혁은 가볍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앞으로도 연락하고 지내면 좋겠어요.”

진주는 머뭇거리다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수혁은 만족한 듯 인사하고 돌아섰다.

그 순간, 진주는 등 뒤에서 누군가의 시선을 느꼈다.

고개를 돌리자, 바로 앞에 서 있는 동우.

그의 표정은 평소와 달랐다.

무심한 척하지만 어딘가 흔들리고 있었다.

가로등 불빛 아래 선 동우는 한순간 낯설어 보일 정도로 진지했다.

“진주야.”

그가 그녀를 불렀다.

그리고 조용히 말을 이었다.

“…지금 내가 너한테 이 말을 안 하면, 타이밍을 놓칠 것 같아서.”

진주는 숨을 삼켰다.

동우는 평소처럼 능글맞게 농담을 던지는 것도,

가볍게 넘기는 것도 아니었다.

지금 그의 목소리는 조심스러우면서도 진심이 묻어나 있었다.

“처음 쉐어하우스에서 너랑 다시 마주쳤을 때…

그냥 옛날 친구를 다시 만난 줄 알았어.

근데 어느 순간부터 네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고,

나도 모르게 너한테 기대고 있더라.”

진주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를 바라보았다.

동우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이어 말했다.

“너한테는 별거 아닐 수도 있는데…

네가 웃을 때 기분이 좋았고, 힘들어하면 같이 신경 쓰였고,

누군가 너를 만나보고 싶다고 했을 때 기분이 이상했어.”

조용한 밤공기 속, 동우의 목소리만이 선명하게 들렸다.

“그래서… 그냥 친구로만 남아 있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

진주의 심장이 두근거렸고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손끝까지 떨리는 걸 느꼈다.

‘이제 어떡하지?’

그녀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망설이는 사이, 동우가 다정하게 웃으며 말했다.

“네가 뭐라고 대답하든, 난 기다릴게.”

‘……’

"안 보면 보고 싶고, 보면 싸운다""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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