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어하우스의 분위기는 최근 점점 더 어색해지는 듯했지만,
그건 다른 하우스 메이트들의 시선에서만 보이는 모습이었다.
사실 진주와 동우는 며칠 전부터 은근히 달라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를 눈치채지 못한 사람들은
여전히 둘이 사이가 좋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소한 일로 부딪히는 이진주와 차동우 때문이었다.
아침을 먹을 때도, 거실을 지날 때도, 심지어 주방에서도 서로 말 한마디 섞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주인 아주머니는 결국 참다못해 입을 열었다.
“에휴, 진주 학생, 동우 학생. 같이 사는 사람끼리 이러면 안 되죠.”
거실에서 조용히 각자의 일을 하던 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아주머니는 팔짱을 낀 채 두 사람을 번갈아봤다.
“아침마다 인사도 안 하고, 밥도 따로따로 먹고…
마주칠 때마다 피하기까지 하고. 둘이 계속 이러면 어쩌자는 거예요?”
진주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사실 둘이 따로 밥을 먹는다는 건 오해였다.
몇 번 같이 밥을 먹었지만, 하우스 메이트들이 눈치채지 못한 것뿐이었다.
그러나 지금 와서 굳이 해명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 입을 다물었다.
진주는 입을 삐죽 내밀었고, 동우는 무심한 듯 고개를 돌렸다.
“그냥 성격이 안 맞아서 그래요.”
“저도 딱히 신경 쓰고 싶진 않아요.”
두 사람의 대답에 아주머니는 한숨을 쉬었다.
그러다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 환히 웃으며 말했다.
“그러지 말고 이번 주말에 같이 장 보러 다녀와요.
쉐어하우스에서는 협력도 필요하잖아요?”
“네에??”
진주와 동우가 동시에 외쳤다.
서로를 쳐다보는 눈빛에는 당혹감이 가득했다.
“아주머니, 꼭 같이 가야 해요?”
“혼자 가면 더 빨리 끝낼 수 있을 텐데요.”
아주머니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같이 가요. 한 집에서 살면 필요한 물건도 같이 사야 하고,
서로 양보하는 법도 배워야 해요.
혼자 살 거면 애초에 쉐어하우스를 왜 들어왔어요?”
할 말이 없어진 진주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고, 동우도 마지못해 동의했다.
주말, 마트.
진주는 쇼핑 카트를 밀며 익숙한 듯 식료품 코너를 둘러보았다.
반면 동우는 여전히 어색한 표정이었다.
“일단 야채랑 고기부터 사자.”
“아, 그리고 계란도 필요해.”
진주는 능숙하게 물건을 골랐다.
동우는 그녀의 뒤를 따라가며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러다 문득 진주가 어떤 제품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어?”
진주는 작은 반찬 코너에서 어떤 제품을 보고 눈을 반짝였다.
“이거 엄마가 해주던 거랑 똑같다.”
동우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진주의 눈에는 반가움과 아련함이 서려 있었다.
동우는 순간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익숙한 모습, 자연스럽게 기뻐하는 표정.
이 모습이 어쩐지 낯설지 않았다.
“그럼 사야겠네.”
동우는 무심한 듯 말했다.
진주는 살짝 놀란 듯 그를 쳐다보았지만 곧 미소를 지으며 제품을 카트에 담았다.
집으로 돌아온 후, 하우스 메이트들과 함께 요리하는 시간이 찾아왔다.
진주는 능숙하게 칼을 잡고 야채를 손질했다.
반면 동우는 어색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동우 학생은 도와줄 거 없어요?”
주인 아주머니가 묻자 동우는 어쩔 수 없이 앞치마를 두르고 다가갔다.
“내가 뭘 하면 돼?”
“일단 이거 썰어.”
진주는 도마 위에 양파를 올려놓았다.
동우는 칼을 잡고 조심스럽게 썰기 시작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눈물을 훔쳤다.
“아, 이거 뭐야…”
진주는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
“양파 썰면 원래 그래. 울고 싶으면 울어.”
“누가 운대.”
동우는 눈물을 닦으며 칼질을 계속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점점 자연스럽게 협력하게 되었다.
처음엔 어색했던 분위기가 점차 부드러워지면서,
서로에게 말을 붙이는 빈도도 늘어갔다.
식사가 완성된 후, 모두가 식탁에 모여 앉았다.
진주는 조용히 동우를 힐끔 바라보았고, 동우도 살짝 그녀를 쳐다보았다.
“이렇게 같이 하면 되잖아요. 앞으로도 협력하면서 잘 살아요.”
주인 아주머니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진주는 그 말을 듣고 동우를 바라보았다.
동우도 살짝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